신작 詩 351

진보와 보수

진보와 보수 / 김신타 노무현을 사랑하는 이여 대한민국 보수를 미워하지 마소서 그들도 한때 열혈 진보였으나 점점 가진 것과 지킬 게 많다 보니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일 뿐 그들도 대한민국을 아끼는 애국자이자 민주시민입니다 박정희를 사랑하는 이여 대한민국 진보를 미워하지 마소서 우리는 누구나 한때 혁명을 꿈꾸는 투사였지만 머리칼 희끗희끗해지고 이마에 주름살 늘어가면서 보수를 향하는 것 아니겠소 노무현도 한때 보수의 아이콘으로 살아갔으며 박정희도 한때 혁명을 꿈꾸고 실천하지 않았나요 우리 가슴에는 보수와 진보 어느 한 편만이 아닌 두 가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제각기 처한 입장과 어느 쪽이 이익이 되느냐에 따라 선택을 달리 하는 것일 뿐 우리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그저 힘없는 인간일 뿐입니다 배고픔과 무명에서 벗..

신작 詩 2021.11.19

문답

문답 신타 우리 이렇게 점점 멀어지는 건가요 반말에서 존댓말로 둘만의 호칭에서 사회적 호칭으로 우리 사이 이제 낙엽 되어 흩어지는 건가요 아쉬우면서도 담담한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받아들이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으면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덩그러니 구름처럼 떠 있는 것 같기도 한 두 갈래 길에서 발길 멈춘 채 꼼짝달싹하기도 힘들지만 괴로울지라도 가야 할 길 발길 닿는 대로 가고 싶어요

신작 詩 2021.11.09

11월, 귀갓길

11월, 귀갓길 신타 11월의 초순 어둠이 내리는 시간 자전거 타고 가는 귀갓길은 쌀쌀한 것일까 쓸쓸한 것일까 얼른 집안의 온기에 묻히고 싶다 집에 오자마자 보일러부터 틀고 한숨 돌리게 되지만 가로수 아래 쌓인 낙엽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흩날린다 껴입으면 낮에는 덥고 덜 입으면 해거름에 추운 하루하루가 다른 날씨 옷 맞춰 입기가 성가시다 늦가을이 들어서는 날쯤엔 나무에게도 갱년기일까 이유없이 잎마다 붉어지고 나날이 가벼워지는 몸과 마음 세상사 내려놓고 부는 바람따라 어디론지 정처없이 흔들리고 싶다

신작 詩 2021.11.01

감각 유산

(모리스 수탉) 감각 유산 / 신타 문화유산이라는 말 익숙하지만 감각 유산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말뿐만 아니라 생각까지도 낯선 서구인들 수탉 우는 소리 워낭소리와 두엄 냄새 이른 아침 트랙터 소리까지 감각 유산법 만들어 보호한단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에는 법이라는 합리주의만 있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속담은 없는가 보다 하긴 교회가 있었고 절은 없었지 그렇다면 거긴 교회가 싫으면 신부가 아닌 교회가 떠난다는 속담이라도 있는 걸까

신작 詩 2021.11.01

길가에 선 가을

길가에 선 가을 신타 은행잎 간간이 샛노랗고 느티나무 단풍 한창인데 벚나무 벌써 잎이 지고 없다 먼 산 여전히 푸르지만 가로수에 핀 단풍잎 시월처럼 아름다운 까닭은 매연 때문이 아니라 수없이 오가는 자동차의 떨림 음파의 진동 때문이 아닐까 스칠 때마다 전해지는 흔들림 나는 느끼지 못해도 가벼운 그들은 알리라 흔들리는 잎새가 일찍 철이 드는구나 사람이 그러한 것처럼 부르기만 해도 눈물 떨굴 듯한 나는 너를 시월이라 쓰고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 읽는다 가슴 시린 시월의 마지막 날 단풍 든 잎새처럼 나는 네 생각으로 흔들리곤 한다

신작 詩 202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