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48

섹스

섹스 / 신타 사랑하는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 사랑하는 마음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는 것처럼 그저 몸 가운데가 꼴려서 행하는 일상일지라도 사는 동안 때로는 밥을 먹지 못하거나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생기는 것처럼 애인과 헤어져 참아야 할 형편이라면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샘솟는다 암컷의 꽁무니만 쫓는 발정 난 수컷이 아니라 몸으로 자신의 마음을 남김없이 드러내고자 함이며 마음의 사랑 몸으로 표현하려는 것이다 때로는 몸으로 때로는 마음으로 더러는 돈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이다 추하게 보지 마라 정녕 추한 것은 추하게 보는 그 마음이며 서로가 좋아서 하는 섹스라면 그보다 성스러운 꽃은 없다

신작 詩 2022.11.04

열매처럼

열매처럼 / 신타 무아 無我란 내가 없다는 뜻 아닌 보이지 않을지라도 없는 내가 있다는 말이다 몸 마음뿐만 아니라 영혼도 있음의 세계인 것을 없음이란 혼자이기에 없음에서 있음을 향한 발걸음 몸으로 영원하지 않아도 무아로서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 생명은 썩어 없어지지 않는 흙에 묻혀도 새로운 싹이 트는 열매 지상에서의 삶이란 다름 아닌 어둠 속에서 자신이라는 빛을 찾는 일

신작 詩 2022.10.30

냉정과 열정

냉정과 열정 / 신타 함께할 때는 변덕스런 마음에 힘들었으나 헤어진 뒤로는 죽 끓는 그 마음이 좋을 줄이야 젊어서는 한 번 아니면 아니었겠지만 나이 들어서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었으리라 땅끝까지 멀리 뒤따라갔어도 냉정했는데 한 달여 만에 다시 함께 여행하게 되는 반전 세상은 한 가지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게 아닌 모든 것 함께하기에 비로소 타오르는 불꽃이리라 온통 파랗다면 하늘도 땅도 없을 터 꽃과 함께하는 잎이 있어 향기처럼 빛나는 지금 여기

신작 詩 2022.10.29

지장보살

지장보살 / 신타 내가 지옥에서 나올 수 있다면 그도 스스로 나올 수 있으리니 나도 믿어야 되지만 남도 믿어야 되리라 너와 나 잠시 헤맬 수는 있어도 영원히 길을 잃을 수는 없는 일 스스로 성불하는 게 곧 중생 구제이거늘 중생을 다 구제하고 나서 그때 되어 성불할 거라는 지장보살이라는 상을 만들어 내고 성불을 바라는 가련한 중생이어라 중생을 믿지 못하는 보살이 부처는 어찌 믿는단 말인가

신작 詩 2022.10.28

가을 그리고 저녁

가을 그리고 저녁 / 신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시인의 시 [파장 罷場]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 쓰기 시작한 지 스무 해쯤 된 그동안 몇 번은 읽어보았을 시구 그러나 나는 잘난 놈이고 싶었다 밖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버티고자 애를 써왔다 적어도 생긴 얼굴은 그런대로 잘났다며 못생긴 모습은 눈에 띄는 것조차 꺼렸다 동네 복지관에서 저녁을 먹는데 유독 못생긴 사람이 눈에 띄는 게 싫어 시선을 피하는 나 자신을 자각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그의 얼굴 한참을 바라보다 신경림 시인의 시구가 다시금 떠올랐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제는 잘난 놈도 못난 놈도 아닌 잘생긴 놈도 못생긴 놈도 아닌 가을이 물들어가는 나무처럼 어둠에 젖어 드는 저녁처럼 그 아래 흩어진 낙엽처럼

신작 詩 2022.10.26

공사 중

공사 중 / 신타 요천 자전거길 지나 섬진강 자전거길 거쳐 남원에서 구례까지 100리길 나섰는데 요천대교에서 공사 중이다 조금 더 직진해서 좌회전하라는 안내판을 믿고 직진하는데 한참을 가도 뚝방길만 반듯하다 그나마 가다가 길이 끊기는 공사가 여기는 더 크다 동네로 우회하다 보니 곡성 가는 큰 다리가 나온다 자전거로 가다가는 모임 시간에 닿을 수 없어 하릴없이 기차표를 끊는다 곡성역에서 구례구역까지 기차에 자전거를 싣는 예전 기억을 믿었다가 다른 길로 바꾸어야 하는 삶이란 늘 새로운 선택이다

신작 詩 2022.10.23

실연

실연 / 신타 실에서 끊긴 연 사랑이 채 물들기도 전 이별이라는 말도 꺼내기 전 서로에게서 실과 연이 끊겨버렸다 하늘 저 멀리 나르는 연이 끊긴 연 땅에 떨어진 잎새도 가을날 끊어진 연이리라 연이 끊겼다 해도 죽음조차 마지막이 아니며 하물며 지상에서라면 우린 언젠가를 희망해야 한다 하늘을 떠돌지라도 마음 둘 곳 찾을지라도 지금이 아닌 다른 때일지라도 우린 언젠가 또다시 만나게 되리니

신작 詩 2022.10.20

진화와 창조

진화와 창조 / 신타 이 세상 모든 생물이 박테리아에서부터 진화되었다고? 어림없는 소리! 창조에서 시작되어 진화로 이어지다가 다시 창조가 시작되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이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자전거는 자전거에서 끝나고 자동차는 자동차에서 끝나며 기차와 우주선은 새로운 창조이지 않은가? 창조에서 진화로 이어지다가 새로운 창조로부터 다시 진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에 눈 감은 그대 이름은 과학자! 예수 그리스도는 일찍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면서도 저들이 알지 못하여 그러하오니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라고 무소부재하고 전지전능한 신에게 빌고 빌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창조에서 시작되었지만 진화를 거쳐 다시 창조가 시작된다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모르는 어리석음 종교와 교주에 눈이 먼 그들을 팔아 먹고살고자 하는 그대 ..

신작 詩 202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