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48

기다리는 동안에도

기다리는 동안에도 / 신타 믿고 기다려라 때는 오리니 바라 마지않는 그때가 오리니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충만하리라 믿음을 고집한다면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우리가 가진 건 오직 믿음뿐이며 할 수 있는 건 다만 기다림뿐이다 무조건 사랑하리 마음으로 사랑하리 나보다 그가 클지라도 또는 작을지라도 기다리는 동안에도 마음 깊이 사랑하리 소망이 이루어질 때까지 미루는 어리석음 아닌

신작 詩 2022.08.17

오늘도 한 그루 나무이련다

오늘도 한 그루 나무이련다 / 신타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건 예전보다 적은 양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열매도 떨어지고 잎새마저 진 계절 젊어서는 쌓아두어야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내려놓는 게 아닌 조금씩 욕심을 내는 것이다 욕심을 조금만 낸다면 나눌 것도 버릴 것도 많을 터 열매가 그러하고 잎새가 그러하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하는 계절 봄 여름에는 욕심껏 물을 끌어올리고 갈 겨울에는 적게 아주 적게 끌어올리는 게 곧 내려놓음이다

신작 詩 2022.08.02

강 같은 호수

강 같은 호수 / 신타 태어날 땐 아무것도 없는 바닥 다른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받아들이고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인식을 받아들인 끝에 관념의 저수지가 되고 호수가 되었다 어릴 때와 젊었을 땐 호수에 물을 채워야 하지만 나이가 들어선 강물이 되어야 한다 들어온 만큼 내보내야 하는 것이다 점차 욕심을 줄여야 한다 받은 만큼 나누어야 한다 채운 만큼 내려놓아야 한다 가두지 말고 흘려보낼 일이다 고여있는 안전이 아닌 흘러가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혼자만의 안녕이 아닌 함께하는 기쁨을 깨우칠 일이다 내가 발 딛고 있는 땅이란 사랑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허공중에 떠 있는 지구일 뿐 우주라는 허공을 도는 것일 뿐 내가 바로 사랑의 에너지임을 점차 깨달아 가야 할 일이다 허공 속에서도 건재하며 현실이라는 환상 속에서도 굳건한

신작 詩 2022.08.02

할 수 있다는 것

할 수 있다는 것 / 신타 우리 삶이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신비입니다 해야 하는 게 아니고 할 수 있는 것일 뿐이며 못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지금 쉽게 하는 일 어려서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이며 더 나이 들어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일지라도 다른 땐 당연히 할 수 있는 일 아니기에 삶은 체험할 수 있는 신비이자 또한 기적입니다

신작 詩 2022.07.23

불편하게 해줘서 고마워

불편하게 해줘서 고마워 / 신타 자전거 타고 가는 인도 중간에 떡 하니 세워 놓은 자동차 비켜서 돌아가면서 평소대로 욕하지 아니하고 일부러 고맙다고 인사한다 내 가는 길 막고 불편하게 해줘서 고마워! 예전과는 다른 반응이지만 바꾸고자 애써 노력한다 고마운 것에만 고맙다고 하지 않고 불편한 것에도 고맙다는 혼잣말 세상은 온통 고마움투성이다 고마움의 태양이 뜨고 고마움의 비가 내린다 현실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아도 내가 바뀐다

신작 詩 2022.07.05

거울

거울 / 신타 흔히 우리는 거울이 사물을 비춘다거나 또는 사물이 거울에 비친다고 한다 그런데 거울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비춘다는 말보다는 사물이 담긴다고 하는 건 어떨까 저절로 보이는 것일 뿐 거울이 의지를 내는 게 아니므로 비유하여 말할 때 앞으로는 사물이 거울에 담긴다고 하자 거울은 되 비추는 게 아니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일 뿐이다 만들어진 거울이 깨진다 해도 거울의 성질은 사라지지 않고 샘물이 담기거나 똥물이 담겨도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그 안에 우주가 담겨도 거울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시공과 계절이 담기기도 하나 거울은 공 空조차 아닌 무시공 無時空의 평면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되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붓다의 가르침이다

신작 詩 2022.07.05

알랑방구

알랑방구 / 신타 그에게 존칭을 썼든 비위를 맞추고 알랑방구를 꼈든 그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를 남을 위한 희생자로 만들지 말자 우리는 누구나 이기주의자일 뿐이다 사랑이란 목적이 아니라 사랑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에서 우러나오는 게 곧 사랑이요 함이 없는 함이다 이타와 이기가 있지 아니하며 '존재가 사랑이냐' 그리고 '목적 있는 사랑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를 위한 목적은 남을 위한다는 착각 속에 있고 모두를 위한 존재는 자신만을 위한다는 오해 속에 있다 나를 위해 사는 게 모두를 위해 사는 것이다 나만이가 아니라 남과 똑같이 남과 똑같은 나를 위해 살 일이다

신작 詩 2022.07.05

나비의 꿈

나비의 꿈 / 신타 절망은 불안의 새벽이다 두려움의 시간이다 온몸으로 껴안지 못하고 새벽의 한기를 외면할 때 일출은 늘 산 너머 일이다 우리는 떠오르기 직전의 태양이다 보물섬으로 향하는 나침반이다 이미 밤이 지나갔음이다 아침이 다가오고 있음이다 마지막 한 걸음 남았을 뿐 죽음이라는 환영조차 두팔 벌려 환영하자 날개가 젖는 일일 뿐이다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면 날개 위에 햇살 퍼지리라 나비의 꿈이라고 가벼이 여기지 말자 내가 꾸는 꿈이 곧 나비가 꾸는 꿈이다

신작 詩 2022.07.05

한강

한강 / 신타 두물머리에서 나오는 뜨거움과 차가움 샤워기 통해 합수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니라 내 안의 모습이 바뀌어야 할 터 겸손 옆으로 바짝 다가가 우물 안 개구리보다 더 낮은음자리표 호숫가 개구리로 살리라 모든 게 내 안에서 하나임에도 어느 한쪽은 내 것이 아니라고 밀어내거나 비난하는 삶이었다 높낮이가 서로 다르다 해도 파도타기 하는 삶일지라도 이 땅의 모든 개구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힘 수평선 아득한 호수 되리라 가슴이 온유한 남쪽과 이성이 냉철한 북쪽으로 나누어진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 두물머리에서 이제 하나의 강이 되자 지나온 길 서로 다르다 해도 더 많은 세월 함께였나니 뜨거움과 차가움이 하나 되는 양수리에서 너와 나 한강이 되자

신작 詩 202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