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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를 가다

남도를 가다 신타 눈발이 생선 가시처럼 비껴나는 날 남원에서 해남을 향해 길을 떠난다 지리산 아래 지층 중간인 북도에서 바다에 떠 있는 남도로 가는 길이다 친구와 전화로 통화하다 화가 나서 전화 뚝 끊어버리고는 그러잖아도 연말이고 해서 어디 떠날까 했는데 잘됐다 싶어 미련 없이 집을 나선다 화를 내어 미안하다, 혼자 해남으로 여행 떠난다, 연말과 새해 맞아 더욱 충만함 가득한 일상이길 바란다는 문자 남긴 채 눈 쌓이는 세상을 향해 내가 잘못한 일은 없다 해도 갑자기 소리 질러대고 전화 끊은 것에 대해 그가 받았을 상처가 미안한 것이다 우울증에 힘들어하는 그녀이므로

신작 詩 2020.12.30

신의 이름을 팔아먹는 자여!

신의 이름을 팔아먹는 자여! 신타 신에게 안팎이 있겠느냐? 신의 이름을 팔아 정의와 선을 외치는 자여! 신에게 정의와 불의가 있겠느냐? 신에게도 선악에 대한 판단이 있겠느냐? 생각만으로도 이미 간음한 자라 했으니 불의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신은 이미 불의를 행한 것이더냐? 악에 대한 분별을 가지고 있으니 신은 이미 악을 행한 것이더냐? 거짓된 자여! 신의 이름을 팔아먹고 있는 자임을,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것이 그대의 어리석은 판단임을, 오직 그대만이 모를 뿐! 신에게 나와 남이 있으며 내 편과 네 편이 있겠느냐? 신에게도 위아래가 있고 동서남북 전후좌우가 있겠느냐? 어리석은 그대만이 나누고 가른다. 신에게 있어 모든 것이 사랑이며 모두가 그의 자녀일 뿐 어디에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신..

신작 詩 2020.12.29

이율배반

이율배반 신타 우리가 진정 원하지 않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고로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은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오길 바라는 마음이 서로 싸우고 있는 순간이다 지킬과 하이드가 서로 앞에 나서려고 다투는 것이다 순종과 거부가 저마다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랑과 자존심이 제각기 자기 말이 맞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으면서도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기대과 치욕의 물결되어 출렁인다 울고 싶지만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는 어린 아이의 굳은 마음일 뿐이다 마음이란 생각하는 욕구이니 전화 오길 기다리면서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바람과 기대가 뒤섞인 또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스스로 속는 이율배반일 뿐이다

신작 詩 2020.12.29

씨발년

씨발년 신타 아까는 잠시 해가 들었으나 지금은 눈이 올 듯한 날씨에 섣달그믐 이틀 정도 앞둔 날 공연히 여기저기 쏘다닌다 길 가면서 페북 들여다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페친이 올린 글에 나오는 얘기 하나 "몸이나 아프지 말지, 씨발년" 어떤 여자가, 자기 돈 떼먹고 도망간 여자가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 듣고는 툭 내뱉은 한마디인 것이다 세모의 길거리를 배회하던 나는 괜히 혼자 눈물이 났다 몸이나 아프지 말지, 씨발년 흘러내리는 눈물 닦아냈다

신작 詩 2020.12.29

침묵하는 향기

침묵하는 향기화사하게 핀 팝콘 후드득 털어따스함 사이에 둔 채연분홍 손길로 한 줌씩영화 보면서 먹었음 좋겠다바람조차 잔잔한 일요일줄지어 서 있는 오리배 타고잠자는 듯 흐르는 물 위에서꿈꾸듯 흘러갔으면 좋겠다겨우내 우울하던 벚나무지금은 웃음꽃 피우는 것처럼이유도 없이 싫다던 찬바람벚꽃처럼 활짝 피었음 좋겠다눈의 잣대로 보아 아귀가 맞지 않거나귀에 달콤한 향내가 나지 않으면한겨울이던 나 자신부터봄바람마냥 살랑거렸으면 좋겠다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내가 원한 것이고멀어진 사랑조차 내가 창조한 것이라면봄빛은, 누가 원하고 창조한 것일까여전히 모르긴 해도사랑은 늘 봄날이고벚꽃 같은 연분홍빛나를 향한 그대 마음이었음 좋겠어눈 내리는 날에는눈꽃으로 피어나고꽃이 지면 돋아나는 푸르름그대 향한 내 마음이었음 좋겠어2021..

신神

신神 신타 형상만이 그가 아니니 소리와 느낌, 스치는 빛 신 아닌 것 하나 없나니 그는 늘 나의 곁에 있다 어리석게도 우린 모두 눈에 보이는 것 중에서 신의 모습 찾으려 하나 그는 형상만이 아니다 나의 기쁨과 슬픔, 놀람 생각조차도 마찬가지 신 아닌 것 하나 없나니 그는 늘 나와 함께 한다 오늘도 그는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먹는 밥이고 신은 무소부재 하나니 그가 곧 내가 눈 똥이다

신작 詩 2020.12.28

허무한 죽음

허무한 죽음 신타 허무하게 죽기는 싫어 내가 허무하게 죽을 순 없어 허무한 죽음은 받아들일 수 없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예전의 나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늘 조용하게 외쳐댔다 정말이지 한순간도 나는 허무한 죽음을 죽게 되는 나를 상상할 수 없었고 상상하기도 싫었다 꼭 그래야만 한다면 그래도 무언가 의미 있는 죽음이고 싶었고 남들이 알아줄 만한 죽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일부러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죽음에 대한 한계도 두고 싶지 않다 내 죽음에도 자유를 주고 싶다 죽음의 모습을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죽음이 직접 정하도록 양보하련다 허무하든 허무하지 않든 말이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 가련다 의미 있는 죽음이 아니라 뜻 있는 삶의 길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의 길 가운데 죽음이 어..

신작 詩 2020.12.26

기준

기준 신타 제과제빵 쉐프, 교회 권사, 방과 후 교실 선생, 미용실 원장 등등 당신이 사귄 그 많은 사람들 뭐가 그리 대단해? 정말이지 당신 눈 높은 사람 맞아? 당신 나름이 아니라 내 나름으로 눈이 높아. 그러니까 당신 같은 사람 좋아서 지금 이렇게 정신 못 차리잖아. 그리고 모든 건 각자 자기 기준일 뿐이야. 그런데 거꾸로 자기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려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지. 당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이 세상에 내 기준밖에 없다고 봐. 다른 기준이란 있을 수 없어. 물론 공중도덕이나 예의범절 법 등은 나도 지키려고 애쓰지만 그것들조차 내가 받아들일 때, 그때 비로소 내 기준이 될 수 있을 뿐이지. 마지막으로 내 기준이란 다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

신작 詩 2020.12.25

신이시여!

신이시여! 당신은 늘 내 곁에 있습니다. 내 곁에서 날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가 어디를 가든지 어디에 있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당신은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조건 없는 사랑에 나는 엎드려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당신이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정말로 아무런 조건 없이 무조건 사랑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당신을 진정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언제나 나를 지켜본다는 깨달음이 있고 난 뒤 나는 더욱 당신을 사랑합니다. 몸의 죽음을 통해서라도 당신의 사랑을 본받겠습니다. 2020. 12. 18. 신타

잠언 2020.12.18

천상천하 유아독존과 독생자

천상천하 유아독존과 독생자 신은 강요받기를 싫어한다. 우리 인간에게도 자유의지가 있지만, 신에게도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의 자유의지는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만 해달라고 할 게 아니라, "당신의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제 뜻은 이렇습니다",라는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 삶에서도 타인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뜻만을 내세우기보다는, 타인의 뜻도 존중하면서 자기 뜻을 나타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자유의지를 나타내야 하는 것이다. 신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방법이 바로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기대를 남김없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모든 기대를 버린 채 축 늘어져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기대도 없는 절망적인 상태를 ..

깨달음의 서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