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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이란 보통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꺼내오는 것이죠. 그런데 물을 길어오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쉽고 빠른 방법인 우리 뇌에 저장된 기억을 꺼내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 창고인 뇌에서가 아니라,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영감이 떠오르거나 또는 화두가 타파되는 것처럼 불현듯 무엇인가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는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나 그것은 비교적 가벼운 주제인 경우에 가능한 일이며, 철학적이거나 종교적, 영성적 물음인 경우에는 후자의 방법을 대개 사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에도 전자의 경우처럼 자신의 뇌에 저장된 기억을 더듬어 답을 찾아내려 할 때 우리는 흔히 상기 증세를 겪게 됩니다. 후자인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는 조급해하지..

깨달음의 서 2021.01.23

반려 생명체

반려 생명체 신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품안에 있는 반려 생명체 더러 화가 날 때는 발로 차기도 하지만 날마다 그와 더불어 밥을 먹고 잠을 잔다 그와 함께하기에 혀와 살로 맛을 보며 피어나는 꽃향기 멀리서도 맡을 수 있다 그를 통해 나는 내 꿈을 펼치고자 한다 생각하는 친절이 아닌 직접 행동하는 친절과 말로 떠드는 사랑이 아닌 실천하는 사랑이고자 한다 사랑하는 나의 반려 생명체와 함께

詩-깨달음 2021.01.22

나 죽거들랑 차라리

나 죽거들랑 차라리 신타 이다음에 나 죽거든 엄마 아부지 하며 울지 말 일이다 차라리 생전에 가끔은 찾아와서 얼굴 마주할 일이다 부음을 접하고 난 뒤 아쉬움 남거든 차라리 먼 산 보고 웃을 일이다 회한이 북받친다고 해도 이제 와서 무슨, 차라리 허탈하게 웃을 일이다 병문안 와서 외려 제 설움에 흘리는 눈물 환자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이듯 망자인 내 앞에서 회한의 눈물짓는 모습 내 가슴 짓이기는 짓이다 나 죽거들랑 차라리 그대 가슴으로 읽었던 시 한 편 들려줄 일이다 이다음에 우리 또 만날 날 있으리니 웃음 띤 얼굴 보일 일이다 나를 위해서라도 울음과 눈물 애써 참고 기쁜 얼굴로 인사할 일이다 언젠가 우리 더없이 환한 빛으로 다시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신작 詩 2021.01.21

허튼소리

허튼소리 신타 젊은 시절 서울서 건설회사 대표였고 시조도 사업처럼 머리 싸맸던 그는 일찍이 신춘문예로 등단시인 되었다 어쩌다 한 번씩 찾아가 뵐라치면 노구에 말끝마다 거시기 타령이다 이제는 비아그라도 끄덕이지 않을 텐데 하기사 옛말에도 남자라는 물건은 지푸라기 하나 들 힘만 남아 있어도 여색을 밝힌다는 말 허튼소리 아니다 *** 어느 한 시인을 모독하는 내용이 아니라 입으로라도 양기를 올리기 때문에 절창의 시조가 탄생한다는 칭송의 시조입니다.

신작 詩 2021.01.19

중도의 삶

중도의 삶 / 신타 기대도 내려놓고 포기도 내려놓을 때 우리는 희망에서도 또한 절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내가 악담하는 게 아니라 희망이라는 편에만 서면 당신은 언젠가 절망의 늪에 빠질 것이다 절망이라는 편에 선다 해도 당신은 마찬가지로 죽음의 늪에 빠질 것이다 일찍이 키엘케고로가 말했듯이 중도에 서야 한다 중도란 양변을 여의는 게 아니라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이라는 양변이 모두 합쳐진 바탕 자리다 희망과 절망 그리고 삶과 죽음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진실과 거짓 등등이 하나로 펼쳐진 눈 덮인 광야를 홀로 걸어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를 멀리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게 함께하는 중도의 자리에서 삶과 선과 정의와 그리고 진실이라는 희망의 깃발 높이 세운 채 걷는 것이다

깨달음의 서 2021.01.16

밤꽃

밤꽃 신타 전생에 밤나무였는지 몸 한 가운데 밤꽃 향이 난다 한 이삼일 샤워라도 미루면 진한 장미 향이 나기도 한다 그곳에 성스러운 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전이다 「인간의 치부, 그것이 부끄러워서 꽁꽁 가리고 살기에 밝은 햇살 아래 온통 드러내놓고 환히 웃는 그 꽃이 바로 생식기라는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태초엔 자웅동체였다고 하는데 밤나무에서 은행나무를 거쳐 이제는 남녀가 유별해졌다 철 따라 피는 꽃이 아닌 날 때부터 바위 틈에 꽃 한 송이 달린 「 」문병란 시인의 시 '꽃의 생식기' 부분

신작 詩 2021.01.15

아이스팩

아이스팩 신타 택배 주문이 늘어나면서 처치 곤란인 아이스팩 욕실 바닥에 던져놓았다 우리에겐 과거가 외국에서는 현재진행형인 독재 정권 시절 고문에 못 이긴 꽃다운 청춘처럼 냉장고에 있을 땐 단단한 서슬이었으나 욕실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그를 목숨 건 투사로 만든 것도 고문하여 연체동물로 만든 것도 모두 내가 그린 그림자일 뿐이다 생生도 아니며 사死도 아닌 나는 이 모두가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어느 한쪽이 아닌, 진실과 거짓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이 모두임을 하나하나 깨달아 나아가는 중이다 그렇다, 나라는 것은 양변이 합쳐진 중도에 선 채 자신이 원하는 길로 향하는 깃발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아니라며 부정하고 멀리하는 게 아니라 그 모두가 나임을 인정하면서도 중도라는 바탕 위에서 진실과 선..

詩-깨달음 2021.01.15

청소기 돌리면서

청소기 돌리면서 신타 하얀 티 하나 남김없이 빨아들이면서도 나는 그들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끔씩 청소하곤 한다 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적군을 향해 총을 쏘면서도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쏠 것이다 공상일 뿐이며 막상 전쟁터에서는 꿩처럼 머리를 처박고 총을 쏘아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더러움이 보기 싫고 앞에 보이는 적이 두려워 청소하고 총 쏘지는 않으리라 내가 그렇듯이 먼지도 존재 이유가 있고 적군도 자신과 가족과 조직을 위해 전쟁터에 총을 들고나왔을 터이니 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듯 그 모든 것을 사랑하며 비록 청소하고 죽이더라도 그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리라

신작 詩 2021.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