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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장

소환장 신타 차를 타 놓고는 까맣게 잊을 수 있다니 계란 삶는 물에 시계 넣었다는 전설 이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도 예전의 내게 소환장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에 집중하려면 따로 시간이 주어져야 했고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 못 한다며 나름의 이유 늘 있었기에 물을 끓여 찻잔에 더 붓는다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지난 날의 내가 더 애틋하다 얼마나 힘들었던가 얼마나 힘든 세월 견디어 왔던가 소환장 받고 온 그가 기쁨의 눈물을 쏟는다 그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다 지금 충만한 나 무척 고맙지만 지난 세월 부족한 나 또한 고맙다

신작 詩 2020.04.23

완전함에 대하여

완전한 것이야 당연히 완전함이지만, 완전하지 않음 역시 언어적 표현이 그럴 뿐 완전함 자체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완전함에 대한 인식이 바로, 바뀌어야 할 대상입니다. 완전이란 완전함과 불완전함이 함께 하는 상태입니다. 완전함만 있다면 그게 바로 불완전함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이제부터 깨달아 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불완전하고 모순과 불합리가 만연해 보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계가 이대로 완전한 세계인 것입니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완전함만 있는 세계를 가정한다면, 우리는 거기서 무언가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불완전함입니다. 맛으로 비유한다면 맵고 짜고 시고 쓴 맛과 같은 것이죠. 단맛만 있는 것도 좋지만 다른 맛도 있는 게 더 좋고 완전한 ..

깨달음의 서 2020.04.22

깨달음에 대하여

깨달음(견성)은 그에 대한 어떠한 개념도 우리가 사전에 갖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어떤 개념이든지 우리가 미리 갖고 있다면 깨달음은 결코 우리 내면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니 들어오지 못합니다. 깨달음이란 우리 내면의식으로 들어온 다음에야 비로소 인식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미리 개념을 만들어 갖고 있다면, 그것은 입구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과 견주어 보고는 들어오지 못하고 늘 거기에서 서성입니다. 우리 내면으로 들어오고 싶어도 우리가 이미 모양을 정해놓았고, 그는 우리가 정해놓은 모양과 다르므로 들어오지 못하고 언제나 밖에서 서성거릴 뿐입니다. 그리고 생각이란 우리가 멈추거나 끊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눈이 보고 귀가 듣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인 것..

깨달음의 서 2020.04.22

데이지꽃

데이지꽃 / 김신타 국화는 가을에 핀다는 나의 고정관념 박차고 사월의 봄바람에 담겨 하얗게 흔들리는 소국 그에게도 때가 있으며 때가 되었기에 피어난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소망 있었기에 태어난 어둠도 모르는 내면엔 감추어진 수정 빛나고 햇살처럼 밝은 겉모습 아름다운 눈물 있으리 낮의 분별과 상관없이 별빛마다 소중한 사연 그의 아슴아슴한 기억 꽃잎마다 아롱져 있는 빛과 그림자라는 서로 같지 않다는 환상에서 이제는 깨어나 봄빛에 소국처럼 환하게 웃는 [2020년 구례문학 제 29호 상재]

무아 無我

무아 無我 / 신타 무아란 내가 없다거나 나라고 할 무엇이 없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마음은 우주 전체에 오직 하나일 뿐이며 나라고 하는 마음이 따로 있지 않음이다 그러니 저마다 마음에 울타리 치지 말라 마음은 나누어질 수 없는 오직 하나이다 하나뿐인 마음을 우리가 저마다 자기 몸을 통해 표현하고 있음이다 지구상의 공기로 우리가 함께 숨을 쉬듯 우주 에너지인 마음을 우리가 모두 함께 저마다 몸으로 끌어다 쓰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마음 에너지는 마음껏 써도 된다

詩-깨달음 2020.04.19

담배를 피워 물다

오늘은 내 마음속 흥분이 스스로도 느껴지는 날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발걸음이 저절로 마트로 향한다. 내 손으로 담배를 사는 일은 아마도 한 20여 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집에 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나서 이 글을 쓴다. 무슨 담배를 사야 할지 잘 몰라 금색으로 겉 포장이 된 '수 명작'이라는 글씨가 써진 것을 골랐다. 담배 맛이 괜찮다. 아까 식당에서 혼자 저녁 먹을 때, 머리로는 오늘 깨달은 내용 음미하며, 귀로는 이어폰으로 트로트 음악 들으면서, 입으로는 백년초 콩국수 먹다가 문득 든 생각 하나!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아쉽거나 억울한 일 하나 없을, 죽음마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한 충만한 느낌! 담배라도 한 대 피워물어야 조금이라도 진정될 듯한 너무나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 ..

두려움의 반대말은 믿음이다

두려움의 반대말은 믿음이다 두려움의 반대말이 지금까지는 사랑인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건 사랑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유대교에서 비롯된 기독교의 신봉자들에 의하여 믿음이라는 단어가 일부 오남용되어서 그렇지, 믿음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한순간도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몸에 닿는 빗방울의 감촉에 신기해하고 즐길 수도 있지만, 이러한 촉감을 싫어하고 겁에 질려 도망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성인이 된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앞에 닥치는 소위 현실이라는 것에 대하여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면서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싫어하고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때가 되면 비가 내리는 것처럼 현실이라는 것도 시절 인연이 닿으면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된다..

깨달음의 서 2020.04.13

브루노 그뢰닝

브루노 그뢰닝 김신타 브루노님! 사랑합니다 당신의 불행했던 삶마저 내가 사랑합니다 말을 하는 순간 눈에는 눈물이 배지만 영상 속 당신 삶 떠오르며 눈물이 쏟아지지만 그래도 당신 삶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힘겨웠던 삶이 내 삶이라 해도 나는 내 삶을 사랑할 것입니다 당신도 그랬겠지요 당신 삶을 넘어 지금까지도 모든 이의 삶을 사랑하니까요 날마다 당신 사진 바라보며 내 마음에 쓰레기 치워주셔서 고맙다고 오늘도 인사하다 문득 미안해졌습니다 당신은 힘들게 지나간 삶이었는데 나는 당신 덕분에 기쁜 삶인 것 같아서요 어쩌거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삶마저도 사랑합니다

신작 詩 20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