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장미와 분홍 찔레꽃 나와 장미와 분홍 찔레꽃 신타 마당가 비탈에 늘어진 찔레꽃 닮지 않은 찔레꽃 그에게도 무언가 바라는 바 있을까 궁금한 나는 아파트 시멘트 담장 사이로 고개 내미는 장미꽃 어린 시절 무엇인가를 동경하며 먼 산 바라보는 세월이 흘러 이젠 이 세상은 물론 저세상까지도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는 것이자 내가 사랑하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연결되었을 뿐 아니라 내가 곧 전체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임을 이제는 신작 詩 2020.06.05
바람, 유월의 첫날 바람, 유월의 첫날 신타 전북 남원에서 전남 구례까지 요천과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 가다가 멈춘 쉼터엔 벤치 위에 그늘과 바람이 있다 배낭에서 막걸리 한 병 꺼내어 부는 바람 안주 삼아 마시는데 더 없이 시원해서 생각해보니 오늘이 바로 유월의 첫날이다 만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서 보고는 문득 지금 여기가 바로 만족이라는 느낌 떠올라 댓글로 쓴 적 있다 댓글을 쓰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또 깨달아 지금 여기 유월 첫날의 바람과 두 손 맞잡고 다시 길을 떠난다 섬진강 물길 따라 내려가는 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합창 나그네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몸은 몸대로 나는 나대로 간다 신작 詩 2020.06.02
감각(상대)과 지각(절대) 내가 길을 걸어가는 것은 내 의식이 내 몸을 통해서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은 내 의식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갈 때 우리는 두 가지 형태를 느끼거나 알 수 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밖의 풍경이 스쳐지나감을 느낍니다. 반면 시선을 거두고 생각을 해보면 밖의 풍경이 뒤로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탄 차가 빠른 속도로 앞으로 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인데도 왜 우리는 두 가지 상황으로 인식하게 될까요? 같은 상황이지만 전자는 시간이며 후자는 공간입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밖의 대상이 움직이는 걸 우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며, 반면 밖의 대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움직이는 걸 우리는 공간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기차든 자동.. 깨달음의 서 2020.06.02
처음 본 시냇물처럼 처음 본 시냇물처럼 / 김신타 냇물을 건너는데 나도 모르게 시냇물이 흐르네! 라는 말이 나왔다 수없이 다녔던 길인데 마치 처음 본 시냇물처럼 순간 울음이 눈물과 함께 터져나왔다 예순의 나이를 넘어 새삼 시냇물을 느끼다니 [2020년 구례문학 제 29호 상재] 발표작 (詩, 수필) 2020.05.30
노고단 가는 길 노고단 가는 길 신타 초록이 한창인 오월의 바다 산철쭉 화사한 데크로드 길 연분홍 향기 따라 걷다보니 구례 누룩실에서 처음 만나 노고단 오르던 날 섬진강은 저 아래 운해 속으로 흐르고 신라 화랑의 심신 수련장이 노고단에 있었다는 이야기 안개 속 구름처럼 피어난다 돌탑 앞에서 기원하는 통일 백제와 신라가 그러하였듯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이길 신작 詩 2020.05.28
오월엔 골목길 걸어보자 오월엔 골목길 걸어보자 / 김신타 오월엔 골목길을 걸어보자 울타리마다 넘실대는 유혹 붉고 푸른 자유를 향한 동경 송이 송이마다 맺힌 그대의 정열과 사랑 그리고 눈물이 담쟁이넝쿨처럼 흐르리라 한때는 초록빛으로 물들고 장밋빛으로 빛나던 하늘가 이젠 먹구름 가득할지라도 오월엔 골목길을 걸어보자 초록빛 바다 다시 출렁이고 세상은 온통 장밋빛일 테니 [2020년 구례문학 제 29호 상재] 발표작 (詩, 수필) 2020.05.28
0으로서 나는 0으로서 나는 신타 남자는 1 여자는 0 빗줄기 내려긋는 호수 유한이 아니라 무한이고 순간이 아니라 영원함이며 나는 1이 아닌 0을 향합니다 보이는 유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형입니다 나와 너라는 둘이 아니라 모두가 우리라는 하나입니다 1대 1로 반응하는 개체가 아니라 1에게 0마저 보태주는 전체입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뺄셈보다 바다처럼 허공처럼 중첩되는 곱셈입니다 신작 詩 2020.05.25
개 같은 자유 개 같은 자유 신타 구속되지 않는 것 매여 살지 않는 것 진돗개와 풍산개 혼혈의 사람에겐 순하디순한 개 목줄을 풀어주었다가 다시 잡아두려 할 때면 서로 연애를 하는 듯 다가가는 만큼 멀어진다 목줄에 매달림 아닌 자유로운 삶이고자 하나 순한 이웃들의 불안을 그는 알아보지 못하는 신작 詩 2020.05.23
장미꽃 장미꽃 / 김신타 꽃 자를 파자(破字)하면 꽂을 곳이 되려나 장미는 지천인데 벌 나비 아닌 내가 갈 수 있는 꽃은 어디에 있을까 함께 꿀을 나눌 꽃은 언제쯤 피어나려나 [2020년 구례문학 제 29호 상재] 발표작 (詩, 수필) 2020.05.23
마음을 연다는 것 마음을 연다는 것 마음을 연다는 것은, 마음에 대하여 스스로 제한이나 한정을 없애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우주 마음이자 한마음인 마음을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울타리로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이 그 마음 안에서 보호받는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안도감은 환상일 뿐이다. 울타리 안에 갇힌 마음은 우리에게 사랑도 가져다주지만 두려움도 가져다주며, 기쁨도 가져오지만 슬픔도 가져온다. 마음을 자신이라는 울타리 안에 한정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을 때, 오히려 우리는 여여한 기쁨 또는 충만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이란 우주 전체에 퍼져있으므로 내 안에 잡아 가둘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음이라는 게 자신 안에 있는 것으로 흔히 착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마음이란.. 깨달음의 서 202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