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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식

사랑 이식 신타 내 가슴 속 사랑 한 점 당신을 위해 잘라낸다 해도 미래의 보답은 기대하지 않으며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만으로도 나는 지금 충만하고 기쁩니다 나 자신에게조차 구속받고 싶지 않기에 가슴에 난 상처 아문 뒤에도 당신의 길과 나의 길이 나란히 가는 길이어도 좋고 서로 엇갈리는 길이어도 좋습니다 무엇을 기대하며 가슴 열어젖힌 게 아니라 나의 사랑으로 당신의 사랑이 이어진다면 그게 바로 당신을 위한 나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신작 詩 2020.06.23

웃음 그리고 눈물

웃음 그리고 눈물 신타 웃음의 반대말은 울음일까 눈물일까 울음이라고 썼다가 눈물로 고쳐 써본다 시 한편 읽다가 웃고 글 읽다가 흐르는 눈물, 한참을 버티다 결국 세면대로 향한다 감정이 몸에서 나오는 걸까 몸이란 하나의 물길일 뿐 그것의 발원지는 내 몸을 감싸는 기운일 터 몸과 늘 함께하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리라 보이지 않는 그것, 우리가 영혼이라 이름하는

신작 詩 2020.06.20

색즉시공 공즉시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우리는 보통 꿈과 현실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교 반아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구절에 동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그러나 꿈과 현실은 같은 하나다. 이 모두가 꿈이라면 꿈이고 현실이라면 현실이다. 더우기 지금까지 배워온 것처럼 현실의 세상이 꿈이기만 한 게 아니라, 꿈이 바로 현실이기도 하다. 색즉시공만이 아니라 공즉시색이기도 한 것이다.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하는 불교에서는 현실세계가 꿈과 같다는 얘기만 주구장창할 뿐, 꿈의 세계가 바로 현실세계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세계는 분리되어 있지 않은 하나의 세계이다.달리 설명하자면, 우리가 잠자면서 꾸는 꿈속 세계도 현실이다. 방안에 누워 잠자는 몸도 현실이고, 꿈속 세계를 유영하는 의식과 기억..

깨달음의 서 2020.06.19

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 혼자 그리고 더불어 보이지 않는 삶의 길목에서 오늘도 가지 않은 길 걷습니다 어쩌다 길을 잃고 헤맬 때 나도 모르게 지난 세월 돌아보며 가던 길 되돌아서기도 하지만 돌고 돌아 언젠가 다시 걷게 될 길이기에 가던 걸음 내쳐 걸어갑니다 미래란 밤에 걷는 초행길 아닌 가지 않은 새로운 아침 길 기쁨 가득한 침묵입니다 봄가을에 걸었던 길 여름에 걷는 것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겨울을 걷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詩-깨달음 2020.06.18

섬 신타 가끔은 섬도 바다를 떠나고 싶다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 함께 모험할 친구도 없는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바다가 키운 생명으로 살아가는 아쉬운 것은 바다가 아니며 섬이 있어도 좋고 없으면 그만이다 파도가 아프다 두려움에 바다를 떠나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백골마저 해변을 장식하게 될 것이다 밤새 잠못 이룬 아침 섬은 바다를 사직辭職한다 바다는 더 이상 섬을 채근하지도 않을 것이며 생명을 키우지도 않을 것이다 섬은 지금 어느 산골짝에 있다 섬에 놀러 온 아이들은 가끔 바다에서 묻어온 생명 가재를 잡는다 아이들은 이제 그를 산이라 부른다

신작 詩 2020.06.18

비 신타 저녁 늦게 혼술 하러 가다가 들른 길옆 식당 주인아주머니 말씀 하루살이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니 비가 오겠다고 하시더니 오늘 오후 갑자기 비가 내린다 오전만 해도 해가 뜨거웠고 비가 오는 지금도 구름이 터진 부분은 햇살이 환한데 카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 구름 사이로 해가 숨바꼭질한다 아스팔트 길 위로 차들은 여전하고 다리 난간 위 화분에 담긴 자줏빛 페튜니아도 그대로인데 나는 늘 거슬러 올라가고자 한다 분수처럼 역류하고자 한다 흐르는 냇물이 아니라 비가 오면 오는 대로가 아니라 자전거 안장 젖는 일과 집에 돌아갈 일을 걱정하곤 한다 여전히 물과 바람과 그리고 비와 함께 하지 못하는 삶이다 함께 흘러가지 못하고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삶이다 비가 오는 것조차 나를 위한 일임을 곧바로 자각하는..

신작 詩 2020.06.06

나와 장미와 분홍 찔레꽃

나와 장미와 분홍 찔레꽃 신타 마당가 비탈에 늘어진 찔레꽃 닮지 않은 찔레꽃 그에게도 무언가 바라는 바 있을까 궁금한 나는 아파트 시멘트 담장 사이로 고개 내미는 장미꽃 어린 시절 무엇인가를 동경하며 먼 산 바라보는 세월이 흘러 이젠 이 세상은 물론 저세상까지도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는 것이자 내가 사랑하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연결되었을 뿐 아니라 내가 곧 전체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임을 이제는

신작 詩 2020.06.05

바람, 유월의 첫날

바람, 유월의 첫날 신타 전북 남원에서 전남 구례까지 요천과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 가다가 멈춘 쉼터엔 벤치 위에 그늘과 바람이 있다 배낭에서 막걸리 한 병 꺼내어 부는 바람 안주 삼아 마시는데 더 없이 시원해서 생각해보니 오늘이 바로 유월의 첫날이다 만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서 보고는 문득 지금 여기가 바로 만족이라는 느낌 떠올라 댓글로 쓴 적 있다 댓글을 쓰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또 깨달아 지금 여기 유월 첫날의 바람과 두 손 맞잡고 다시 길을 떠난다 섬진강 물길 따라 내려가는 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합창 나그네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몸은 몸대로 나는 나대로 간다

신작 詩 2020.06.02

감각(상대)과 지각(절대)

내가 길을 걸어가는 것은 내 의식이 내 몸을 통해서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은 내 의식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갈 때 우리는 두 가지 형태를 느끼거나 알 수 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밖의 풍경이 스쳐지나감을 느낍니다. 반면 시선을 거두고 생각을 해보면 밖의 풍경이 뒤로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탄 차가 빠른 속도로 앞으로 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인데도 왜 우리는 두 가지 상황으로 인식하게 될까요? 같은 상황이지만 전자는 시간이며 후자는 공간입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밖의 대상이 움직이는 걸 우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며, 반면 밖의 대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움직이는 걸 우리는 공간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기차든 자동..

깨달음의 서 20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