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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환승 김석기 문상 마치고 나오는 길 대화는 사람 죽은 얘기다 저번에 누가 상 당했는데 미처 알지 못해서 못 갔다는 둥 너무 젊은 나이에 안 됐다는 둥 나도 한마디 거든다 죽어도 좋고 살아도 좋은 것 아니냐고 끝없는 여행길 기차를 타고 가도 좋고 버스를 타고 가도 좋으며 기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도 좋은 것 아닌가 장례식장 환승역에 때아닌 환송객들로 붐빈다 죽음이란 하나의 삶을 끝맺는 것임과 동시에 또 다른 삶으로 환승하는 것임에도 장례식장마다 환송하는 가족, 친지, 지인들로 붐빈다. 정작 당사자는 이미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기에 환송식이 한창인 장례식장엔 그저 그림자만 남아있을 뿐인데.

詩-그리고 또 2020.04.03

바람의 바램

바람의 바램 / 신타 글을 쓸 때면 가끔 신호위반을 하곤 한다 바라다, 의 명사형은 바램이 아니라 바람이라고 그것의 과거형은 바랬던, 이 아니라 바랐던, 이라고 맞춤법 신호등은 빨간 불인데 나는 그냥 직진을 하는 것이다 자장면은 어쩐지 싱거워 나도 모르게 짜장면을 주문하곤 한다 된장 맛 나는 장맛비 대신 장마비라고 쓰고 싶은 장마철이다

詩-그리고 또 2020.04.03

경이로운 부재 (제프 포스터)

두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 해탈에서는, 가슴과 마음이 분리된 것으로 경험되지 않습니다. 비이원성은 매우 이성적이고 매우 관념적이며 매우 지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무無니 부재니 현존이니 하는 그 모든 관념들이라니!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은 '사랑Love'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사랑은 가슴과 마음의 합일입니다. 비이원성은 세상과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참여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저 높은 곳에 앉아 세상을 굽어보면서, 당신만큼 깨어나지 못한 저 불쌍한 중생들, 아직도 에고를 가지고 있는 저 불쌍한 영혼들을 측은히 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세상에서 떨어져 뒤로 물러날 수가 없습니다..

몸이라는 허상이 사라지니

몸이라는 허상이 사라지니 / 신타 내 안에 있는 몸이라는 허상, 그게 나인 줄로 알았다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굳게굳게 믿어 왔다오. '내 안에 있는 몸'이라는 게 허상인 줄도 얼마 전에야 겨우 알게 된 데다 그것조차도 느낌이 아닌 머릿속 생각으로. 이제는 눈으로 보듯 내 안에 있는 허상이 보이니 아주 홀가분하오. 몸은 몸대로 자유로이 움직이고 나는 나대로 자유롭게 살아있소. 이제 허상이 사라지고 나니 나는 어디에도 있지 않다오. 머물 곳, 잡을 것 하나 없이도 지금 여기 이렇게 자재한다오.

詩-깨달음 202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