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노트
김석기
시간의 단위와 십진법의 단위를 혼동하는,
초등학생 딸아이 앉혀 놓고 30점 맞은 수학문제 푸노라니
나도 모르게 높아지는 목소리에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
어제는 90점 맞은 사회 시험지 들고 와서
어디에 두느냐며 자랑스레 내보이던 딸아이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적어두었던 노트의 빛깔만큼이나 누런 해졌을 세월
나는 무엇을 했던가?
무엇을 바라 살아왔던가?
가슴이 커지는 딸아이는
스스로 푸른빛을 더해가는 청춘,
십 년의 공간임에도 아직도 그 자세인 나는
노을빛 속에서 일출을 생각하는
여전히 꿈꾸는 태양
* 2007년 8월호 월간 <문학바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