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地球) 여행
김석기
버스를 타고 가는 시골길에는
나무들의 푸르름이 스쳐 지나가고 주변의 풍물이 가까이 보이므로
내가 지금 버스를 타고 간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도 <지구라는 버스>에 여전히 타고 있으며
어디론지 계속 가고 있다는 사실은 쉽사리 느끼지 못합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옆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곳
태양이 아침에 뜨고 저녁에 지는 곳
별빛이 밤하늘에 빛나는 곳
태어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
그곳이 바로 <지구라는 버스>의 풍경입니다.
상상이기는 하지만 달이라든가 화성이
발돋움으로도 닿을 수 있을 만큼 지구 가까운 곳에 있다면
우리는 걸어서 달이나 화성에도 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우주선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 그들은 너무나 멀리 있으며
별이나 달이 되어 우리를 향해 미소 지을 뿐입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지구라는 버스>에 타고 있음을 체감한다면
지구는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며
세상은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이 될 것입니다.
<지구라는 버스>를 타고 가는 여행은
아름다우며 여유롭기도 한 때문입니다.
* 2007년 8월호 월간 <문학바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