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선과 악에 관한 담론

신타나 2008. 12. 16. 23:20

먼저 shaw님께 드립니다.

님과 저의 관심사와 비슷한 점에 다시 한 번 반가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선과악이 신의 의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간은 악의 길로 빠질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의 질서는

선악에 대한 신의 의지가 있다는 인간의 생각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심성 때문이며

거기에 더하여 법을 비롯한 강제적인 규율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는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해보면 자명하다 할 것입니다.

원시시대엔 자의든 타의든

신에 대한 경배하는 마음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으리라 봅니다.

 

그렇지만 시대가 흘러오면서 법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인간의 행동은 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좌우된다기 보다는

현실에서의 법에 의한 처벌이 두렵기 때문에 자제된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선과 악이 신의 의지가 아닌 인간의 필요에 의한 구분이라는 제 주장대로라고 해서

인간의 죄악이 더 많아지는 일은 결코 없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을뫼님께 드립니다.

무엇이 선이며 악이냐는 것은 신의 규정이 아닌 인간의 판단이라는 전제하에 말씀드립니다.

 

저는 선이란 '자신에게 해도 좋은 일을 남에게 하는 것'이 선이라고 생각하며

악이란 '자신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다란 예를 든다면

다른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은 살고 싶어 도망가려는 마음은 악이지요.

자신은 남에게서 싫은 소리 한 마디 안 들으려고 하면서도

남에게는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을 해대는 것도 악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자신과 결혼해 주지 않는다 해서 그를 해코지한다면

그것이 바로 악이겠지요.

 

또한 예로

얼마 전 뉴스에 나온 것처럼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여고생이 있다 해도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악이 되는 게 아니라

늙으신 할머니를 괴롭히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가 바로 자신이었다면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을 수 있는 마음이라면

그 여고생 딸의 행동은 악이 아니라 선이 되겠지요.

 

물론 현행법상으로는 허용되지 않은 사형(私刑, 린치)에 해당하므로

법에 저촉이 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선악에 대한 구분으로는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이 모든 선과 악은 인간의 세계에서 필요한 것이지

악한 행동을 저지르고 사형장에서 사형 당했다 해서

그가 신에게서 또 처벌받는 일은 없습니다.

 

또 다른 날 뵐게요....

늘 평안한 일상이 되시길 빕니다....

 

 

2005. 7. 8.  자란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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