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의 몸짓
미술학원 입구 계단,
금빛 유리 액자에
'쓰래기통'이라는 제목의 시화詩畵 한 편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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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 래 기 통 / 오호진 창원초2년
네모난 몸을 가진 쓰레기통
큰 입을 억지로 벌려서
쓰레기를 입속으로 넣는다.
아무말 없이 쓰레기를 받아먹고는 조용이 입을 닿는다.
쓰레기를 많이 먹은 날은
입가에 쓰레기를 묻히고
치워달라고 계속 큰 입을 벌리고 있다.
입가에 묻은 쓰레기를 깨끗히 치워주면
그재서야 입을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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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은 초등학생 수준이지만
사물을 보는 눈이 따뜻하기 그지없어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깨끗한 것에만 눈길을 주는 나에게
열 살짜리 초등학생의 애정이 내내 사무친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삶 동안 한 번도
입가에 묻은 것을 치워달라는
쓰레기통의 몸짓을 읽지 못한 나는,
소외된 것들을 외면해 온 날들이 못내 부끄럽다.
소외된 것들의 시선을 피해버린 내가 못내 부끄럽다.
자란 김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