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김석기
제 몸보다
몇 배는 더 넓고 두툼한 도마 위
닭은 맨몸으로 칼을 받는다
촘촘한 나이테와
순식간에 떨어지는 칼맛
물러날 틈도
피할 틈도 없이 짜릿하다
물오른 고등어처럼
제법 살진 칼맛이 시원하다
일체가 되는 순간
이미 결단이 난 것이다
새로운 결단이 열린 것이다
나는 도마가 되고
맨몸이 되고
칼이 된다
<민들레 문학회 2010년 제 1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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