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지동설
김석기
머리 위로 보이는 하늘은
위층의 신비를 가린 아파트 천장이 아니다
비행기 타고 지구 반대편으로 가 보면
지금의 하늘은 발밑에 있는 지하실일 뿐
화형 당한 뒤 부활한 과학, 지동설은
십자가에 매달린 종교, 천동설과 아직도 동거 중이다
기차가 달려가면 기차 밖 풍경은 뒤로 밀려 나듯
우주 속을 기차보다 빠르게 도는 지구는
지구 밖 하늘과 별과 태양과 달을 스쳐 가거늘
종교는 여전히 두 손에 하늘을 붙잡고 있다
지구가 쟁반처럼 평평한 모습이 아니라
둥글다는 사실을 지동설은 밝혀냈지만
하늘이 지구처럼 평평한 땅이 아니라
지구를 안고 있는
태양을 감싸고 있는
은하계를 뒤덮고 있는
빛의 공간임은 무엇으로 깨닫게 한단 말인가
쟁반 같은 하늘로 들려 올려진다는 휴거에 아직도
혹시나 마음 졸이는 세상인데
< 문학바탕 - 2012년 4월호 >
'발표작 (詩,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광 소나타 (0) | 2012.08.25 |
---|---|
토끼 (0) | 2011.09.04 |
결단 (0) | 2010.12.14 |
그 길로 가고 싶다 (0) | 2010.09.17 |
건널목에서 (0) | 2010.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