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이야기
김석기
발돋움으로도 닿지 않는 곳에
탐스럽게 매달린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시다 라고 말하는 여우는 지혜롭다
같은 포도송이를 보고
아주 달게 생겼다 라며
아쉬움의 침을 흘리는 여우는 평범하다
뒤늦게 포도송이를 보고는
나는 왜 저렇게 단 포도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는 여우는 어리석다
모든 것의 의미는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 포도가
달다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