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김석기
무형의 있음이
유형의 몸을 통하여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들리는 그와
듣는 내가 무엇이 다를까
소리가 파동으로 밀려온다
무형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악보에서 피아노를 거쳐
그대 몸을 통해 흐르는 순간의 창조여!
연주는 허공에 흩어지고
선율은 귓전에서 부서지며
울림은 내면으로 사라져도
그대는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껴안고
피아노는 빗소리처럼 공간을 적시며
음악은 무형의 눈송이 되어 나린다
무형의 눈송이 되어 가슴에 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