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환상

신타나 2020. 7. 24. 06:53

환상


환상에 대하여 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환상이란 없는 것이거나 또는 없어야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다. 아니다. 환상이란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우리 눈앞에 뻔히 존재하는 것이다.

환상이란 없는 것이거나 없어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감각 즉 오감으로 느껴지므로 우리는 평소에 환상을 실재하는 것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오감으로 분명히 느껴지지만, 사실은 없는 것일 뿐이다. 이걸 예전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으니 꿈으로 비유했으나 지금은 이걸 VR(가상현실) 체험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스운 사실은 우리가 날마다 VR 체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이 현실 세계가 바로 꿈이거나 VR 체험이라는 말이다. 실재하는 현실인데 이게 무슨 꿈이거나 VR 체험이냐고 하겠지만 꿈을 꿀 때나 VR 체험을 할 때는 그 세계가 실재하지 않는가?

즉 우리는 날마다 꿈을 꾸거나 VR 체험을 하면서 살아가는 셈이다.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흘러가며 빌딩이 서 있고 자동차가 움직이는 VR 체험을 지금 이 시각에도 하고 있다. 심지어 맛을 보며 음식을 먹고 코로 향기를 맡으며 손이나 발 등 온몸으로 촉감을 느끼고 있다.

시원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며 추위와 더위를 느낄 수 있는 몸이라는 VR기기를 우리는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VR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로 VR기기 그 자체다.

우리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VR기기를 장착하고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날 첨단 과학 분야인 VR 체험이란, 태어날 때부터 VR기기인 우리 몸 위에 고글이나 방독면 비슷한 것을 더 쓰고 또 다른 VR 체험을 하는 것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가 바로 환상이며 VR 체험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환상이다. 비록 한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환상이었던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말이다.

어쩌거나 우리가 살고 있는 환상의 현실 세계는 이유가 있는 환상일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창조한 환상의 현실 세계이니만큼 기꺼이 즐기고 기뻐하자. 이 아름다운 환상을 충분히 즐기자.

다만 VR 체험인 현실 세계에 빠져서 헤매지 말고,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환상을 즐기자. 현실 세계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몸이 현실 세계를 벗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사는 현실 세계가 하나의 환상임을 즉 몸을 통한 VR 체험임을 자각하는 것을 말한다.

가끔은 선천적으로 VR기기인 우리 몸 위에 새로운 VR기기를 쓰고 첨단과학의 산물인 가상현실 체험도 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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