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신타나몽해 2020. 10. 22. 23:34
잠 / 신타


책을 읽다가
유튜브를 듣다가
문득 빠져든다
깨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무얼 하다
왜 깨는지 모르지만
잠들 때의 거대한 중력은 사라지고
달에 온 듯 가볍다

도대체 얼마를 잔 것일까
아직 밤 열한 시 전이다
불과 두세 시간의 잠이
졸음의 블랙홀을 통과해서
나를 낯선 별에 데려다 놓는다
다만 무대 세트는 그대로다
여전히 켜져 있는 스탠드 불빛이며
옆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이며

어느 우주
어느 이삿짐센터 소속의
무대 감독인지는 몰라도 완벽한 솜씨다
거의 날마다 새로운 별로 여행 중임에도
언제나 내가 잠들기 전 무대 풍경 그대로다
잠이라는 거대한 중력장
블랙홀을 통과하는
우주적인 이동임에도


[2020년 춘향문학 제 3집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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