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향기
화사하게 핀 팝콘 후드득 털어
따스함 사이에 둔 채
연분홍 손길로 한 줌씩
영화 보면서 먹었음 좋겠다
바람조차 잔잔한 일요일
줄지어 서 있는 오리배 타고
잠자는 듯 흐르는 물 위에서
꿈꾸듯 흘러갔으면 좋겠다
겨우내 우울하던 벚나무
지금은 웃음꽃 피우는 것처럼
이유도 없이 싫다던 찬바람
벚꽃처럼 활짝 피었음 좋겠다
눈의 잣대로 보아 아귀가 맞거나
귀에 달콤한 향내가 나지 않으면
한겨울이던 나 자신부터
봄바람마냥 살랑거렸으면 좋겠다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내가 원한 것이고
멀어진 사랑조차 내가 창조한 것이라면
봄빛은, 누가 원하고 창조한 것일까
여전히 모르긴 해도
사랑은 늘 봄날이고
벚꽃 같은 연분홍빛
나를 향한 그대 마음이었음 좋겠어
눈 내리는 날에는
눈꽃으로 피어나고
꽃이 지면 돋아나는 푸르름
그대 향한 내 마음이었음 좋겠어
2021년 구례문학 / 구례문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