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침묵하는 향기

신타나 2020. 12. 29. 03:11

침묵하는 향기


화사하게 핀 팝콘 후드득 털어
따스함 사이에 둔 채
연분홍 손길로 한 줌씩
영화 보면서 먹었음 좋겠다

바람조차 잔잔한 일요일
줄지어 서 있는 오리배 타고
잠자는 듯 흐르는 물 위에서
꿈꾸듯 흘러갔으면 좋겠다

겨우내 우울하던 벚나무
지금은 웃음꽃 피우는 것처럼
이유도 없이 싫다던 찬바람
벚꽃처럼 활짝 피었음 좋겠다

눈의 잣대로 보아 아귀가 맞지 않거나
귀에 달콤한 향내가 나지 않으면
한겨울이던 나 자신부터
봄바람마냥 살랑거렸으면 좋겠다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내가 원한 것이고
멀어진 사랑조차 내가 창조한 것이라면
봄빛은, 누가 원하고 창조한 것일까

여전히 모르긴 해도
사랑은 늘 봄날이고
벚꽃 같은 연분홍빛
나를 향한 그대 마음이었음 좋겠어

눈 내리는 날에는
눈꽃으로 피어나고
꽃이 지면 돋아나는 푸르름
그대 향한 내 마음이었음 좋겠어


2021년 구례문학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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