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의 관념
1.
나는 지금까지 내 안에 스스로 쌓아온 관념이 옳다는 생각에 파묻혀 살아가는 동시에, 그것을 반복해서 음미하고 확인하며, 또한 내 관념이 늘 옳을 수 있도록 스스로 계속 수정.보완해왔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또한 나는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는 관념과 아울러, 가난에서 쉽게 벗어날 길이 없다는 관념을 동시에 가진 채 살아왔다. 즉 나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동시에 지닌 채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내가 상대적으로 인물이 잘생겼다고 생각해왔다. 따라서 경제적인 면에서의 열등감을 인물이 잘생긴 것에 대한 우월감으로 상쇄시키며 살아왔다. 역시 나도 모르게 말이다. 이러한 무의식적 반응은 오랜 세월 동안 나에게, 외모로 타인을 분별하는 무의식적 행동을 낳게끔 했다.
2.
나는 옳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옳은 행동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나로 하여금, 나는 옳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기최면을 하게끔 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나를 비난하거나 내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할 때, 나는 억울하다는 감정과 함께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미워하며 또는 상대방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치부하곤 하였다.
3.
우리는 저마다 우뚝 선 채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홀로 우뚝 서질 못하고
어떤 범주 안에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
모여 있어야만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범주 안에 들 수가 없다.
우리는 범주 밖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 안에서 모든 게 범주화되는 것일 뿐
우리 자신이 범주화될 수는 결단코 없다.
고로 자신을 어떠한 범주에도 집어넣지 마라.
가난한 자신,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는 자신, 별 볼 일 없는 집안, 무능한 아버지, 일하기 싫어하는 자신, 능력도 재주도 기술도 용기도 없는 자신, 옆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자신 등등.
스스로 씌운 이 모든 굴레를 벗어버리고
신의 품 안에서 홀로 존귀하게 우뚝 서라.
우리는 저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나는 어느 무엇과도 비교 상대일 수 없다.
범주란 굴레이자 함정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든 함정에 스스로 빠지며,
그 안에서 자신도 모르는 채 고통을 겪는 게
우리 대부분이 살아가는 보통 삶이다.
남이 아닌 나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것이고
신이 아닌 나 스스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며
자유의지에 따라 서로 다른 길 가는 것이다.
4.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쉬워도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
자신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사람에게조차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어렵다.
그러면 이로부터 자유로운 길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겸손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경험을 부정하고
진실이 아니라고 얘기하라는 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은 자신에게 진실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실을 말하되,
자신이 겪은 진실임을 밝히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주관적 체험을 객관화 시키고,
절대화 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 각자의 체험은 곧 진리이고 진실이지만,
진리와 진실이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이 진리이고 진실이다.
고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타인의 경험을 판단하려고 들지 말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진실이 옳은 만큼
타인의 경험도 옳다.
저마다 자신의 경험이 옳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지나온 길이,
다른 모든 경험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5.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면서 사는 즉
상대적인 세계를 사는 사람은 지옥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즉 혼자만의
절대적인 세계를 사는 사람은 천국
두 세계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의지
즉 어느 삶을 택할지는 자유의지다
6.
앎은 기억일 뿐이고
모름은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이며
무명이란 기억을 잊어버린 사실조차 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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