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0. 12. 17. 07:11
몸으로 태어난 우리 각자가 절대적인 우주 안에서 하나의 티끌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에 있는 신비한 도구이자 작용인 오감을 통해서 만들어진, 자신만의 우주에서 우리는 저마다 혼자 살고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산다고 착각할 때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나, 착각이 깨지는 순간 우리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착각하느냐 아니면 깨어있느냐의 차이일 뿐,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해석으로 가득한, 자기 혼자만의 우주에서 살고 있음이다.

몸은 비록 절대적인 우주 안에서 작은 티끌처럼 살아가지만, 몸을 도구로 이용하는 나는 우주 안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를 내 안에 담고 있는 존재다. 즉 물질 우주는 물론이고 형이상학적 우주까지 포함하여 모든 게 내 안에 있음이다.

다만 저마다 자신의 몸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하기에, 우리가 각기 혼자 살고 있는 자신만의 우주는 공통된 면도 많지만 서로 다른 면도 많다.

그래서 진실은, 우리의 몸은 하나의 절대적 우주 안에서 상대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반면, 우리 자신은 오히려 우주를 담고 있는 동시에, 자신이 해석한 우주 안에서 스스로 허용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착각을 하면서 언제나 혼자 살아간다.

몸으로는 물질 우주라는 공간에서 다 함께 살아가지만, 가족이든 친구든 심지어 부부라 할지라도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형이상학적 우주에서 저마다 혼자 살아가고 있다. 혼자 살아간다는 사실에는 어떠한 예외도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다가 허무감이나 외로움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자신만의 우주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때, 우리는 외롭다거나 삶이 허무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신이 해석한 자신만의 우주에서, 자신의 주위를 철조망이나 판자로 울타리를 치고 가로 세로로 나누고 막아 놓은 채, 두려움에 웅크리고 사는 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해석한 자신만의 우주에서 혼자 살아가지만, 우주란 마치 인드라망처럼 모든 존재와 서로 얽혀 있다. 따라서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하나의 연기적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이다.

만인이 만인에 대한 적이 아니라, 서로서로 돕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외롭지도 않고 무서울 일도 없다. 그렇다는 사실을 깨닫기만 한다면 세상은 온통 사랑과 평안으로 가득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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