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과 독생자
신은 강요받기를 싫어한다. 우리 인간에게도 자유의지가 있지만, 신에게도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의 자유의지는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만 해달라고 할 게 아니라, "당신의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제 뜻은 이렇습니다",라는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 삶에서도 타인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뜻만을 내세우기보다는, 타인의 뜻도 존중하면서 자기 뜻을 나타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자유의지를 나타내야 하는 것이다.
신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방법이 바로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기대를 남김없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모든 기대를 버린 채 축 늘어져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기대도 없는 절망적인 상태를 스스로 박차고 나와야 한다.
절망이나 무기력, 의기소침한 상태가 아니라, 신은 반드시 이루어준다는 믿음 속에서 다만 자신의 소망을 밝히는 것이다.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지는 우리가 나서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은, 신에게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놓는 일이다.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놓고 이를 고집하는 동시에, 신이 자신의 소망을 이루어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신에게 어떠한 것도 요구하지 않는 자세가 되었을 때, 우리가 이루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신의 능력이 무소불위인 것처럼 우리 인간의 능력 또한 그렇다. 신 안에서 우리에게 능치 못할 일은 없다. 이는 마치 천년 된 고목에 열린 열매를 땅에 심으면, 천년이 지났을 때 그도 천년 고목이 될 수 있음과 같은 이치다.
우리는 신의 자녀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신의 독생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즉 우주 전체에서 오직 나 홀로 고귀한 존재인 것이다. 오직 나 홀로 고귀한 존재라는 말과 신의 외아들이라는 말은 결국 같은 뜻을 지니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