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생각이란 무엇인가

신타나몽해 2021. 1. 23. 14:11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이란 보통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꺼내오는 것이죠. 그런데 물을 길어오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쉽고 빠른 방법인 우리 뇌에 저장된 기억을 꺼내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 창고인 뇌에서가 아니라,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영감이 떠오르거나 또는 화두가 타파되는 것처럼 불현듯 무엇인가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는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나 그것은 비교적 가벼운 주제인 경우에 가능한 일이며, 철학적이거나 종교적, 영성적 물음인 경우에는 후자의 방법을 대개 사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에도 전자의 경우처럼 자신의 뇌에 저장된 기억을 더듬어 답을 찾아내려 할 때 우리는 흔히 상기 증세를 겪게 됩니다. 후자인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는 조급해하지 않으며 의문을 자신의 화두로 간직한 채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책 또는 다른 사람 등 외부에서 알아내는 일을 병행하는 동시에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외부에서 알아보는 것을 통해 스스로 확연한 해답을 얻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자신의 뇌에 저장된 기억이나 외부에 있는 글과 말을 통해 얻으려는 내면의 행이 바로 흔히 말하는 생각인 반면, 알 수 없는 답답함 가운데에서도 기다리는 내면의 행이 바로 생각의 멈춤입니다. 또는 생각을 끊는다거나 내려놓는다고도 표현합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생각이란 그 자체로서 어떤 데이터 내지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뇌 속에 있는 기억 또는 외부의 자료를 찾아내려는 에너지 작용이며, 일단 찾아낸 후에는 자료를 비교 검토하여 평가, 분석, 판단 또는 추론하는, 컴퓨터의 논리 연산 작용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마치 눈과 귀를 통한 시각이나 청각 작용처럼 생각이란 뇌를 통한 논리 연산 작용입니다.

이렇듯 뇌의 논리 연산 작용인 생각은 스스로 멈출 줄을 모릅니다. 의문이 생겼다 싶으면 여기저기 뒤져 끝없이 찾아내려 합니다. 이러한 생각의 탐구력이 바닥나게 하려면 스스로 지쳐 떨어지게 해야 합니다. 생각 스스로 「더 이상 나는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쳐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치열하게 탐구를 해야 합니다. 정말 치열하게 탐구해 본 사람만이 자신의 능력 즉 이성으로는 해답을 구할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치열한 탐구의 결실로 우리는 생각 또는 이성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음을 깨닫고 포기를 하게 되며, 이러한 포기에서 결국 생각의 멈춤이 가능해지고 생각의 멈춤에서 직관이나 영감, 화두 타파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직관, 영감, 화두 타파!
참으로 가슴 뛰는 단어입니다.
길에서 길을 묻고 물에서 물을 찾는 일이 끝나는, 참으로 흥분되고 알 수 없는 기쁨이 가득 차는 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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