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전쟁과 지휘관

신타나몽해 2021. 3. 8. 00:20

얼마 전 가수 나훈아 씨가 공연하면서 했던 얘기 한번 해볼까요. 국난이 닥쳐도 국민과 백성이 나라를 지켰지 대통령이나 왕이 목숨 걸고 나가 싸운 적은 없지 않으냐고 목소리 높였습니다만, 그건 사실 나훈아 씨가 얘기하기 전에 어느 대학교수가 글로 쓴 것인데 아마도 나훈아 씨가 그 글을 보고 감동했던가 봅니다.

그러나 전쟁에서 장수 즉 지휘관이 죽으면 살아남은 군사는 오합지졸이 됩니다. 그러기에 병졸이 거의 몰살되어도 장수를 호위하여 도망치는 것입니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조조도 부하 군사를 다 죽이고 겨우 제 몸만 도망친 적 몇 번 있었으나, 결국 조조가 살아남았기에 당시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 칼을 쓰던 시대에도 작은 전투가 아닌 큰 전쟁에서는, 장수가 앞서서 나가 싸우지는 않았습니다. 뒤에서 전쟁 전체를 지휘하는 것이죠. 우리나라 조선조 임금 중에서 선조만큼 용렬했던 왕도 드물었을 것입니다. 백성이 다 죽어가는 데도 그는 의주로 피난 갔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피난 가서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하여 전세를 바꾸었으며 그 결과 임진왜란이 끝나지 않았나요?

만약 선조가 도망가지 않고 한양에서 끝까지 왜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죽었다면 우리나라는 그때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쩌거나 비록 못난 임금이었을지라도 선조가 살아있었기에 의병이 왜군과 맞서 싸울 힘이 나는 것이며, 명나라가 조선에 파병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모르는 채 지도자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 적이 있느냐는 대학교수의 글과, 이에 감동한 나훈아 씨의 발언은 한마디로 삼국지도 읽어보지 않은 무식의 소치일 뿐입니다. 전투가 아니라 전쟁에서 지휘관 또는 지도자의 역할이란, 앞에 나가서 목숨 걸고 싸우는 게 아니라, 뒤에서 전쟁 전체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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