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텅 빈 침묵 2

신타나몽해 2021. 4. 24. 11:13



텅 빈 침묵 2 / 신타


나는 영화 속 장면이거나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스크린이자 텅 빈 바탕이다
영화 속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온갖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나는 파괴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함을 자각하면서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는 공산주의 사상에
눈과 귀가 멀었던 시절만큼이나 거칠 게 없어졌다

그러나 처음 깨달았을 때는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니었지만
더 깨닫고 나니 예전처럼 다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더라는
송나라 청원 선사의 말씀 일찍이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빠져
스크린의 존재 잊어버렸다가
이를 다시 기억하게 되면 이번엔
스크린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스크린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우주에 있는 것 중에서
무엇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

나라는 건 어느 하나가 아니라
나 아닌 게 없다가 진실이다
스크린이자 영화이며
텅 빈 침묵이기도 하다


2021년 구례문학 / 구례문인협회

'발표작 (詩,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둥  (0) 2021.08.03
꽃차  (0) 2021.05.20
침묵의 입술  (0) 2021.04.15
침묵하는 향기  (0) 2020.12.29
가을의 상념  (0) 2020.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