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입술 / 신타
네 입술 내 입술이 따로 있어도
너와 내가 다른 건 아니다
하나의 텅 빈 침묵에서
수천수만의 입이 나고 죽지만
너와 나 텅 빈 침묵은
언제나 지금 여기 있을 뿐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있을 뿐
입으로는
사랑하고 아끼며
더러는 다투고 찌를지라도
침묵은 영원히 살아있는 비어있음이다
고요가 있기에 소리가 있으며
텅 빔이 있기에 우주가 생겨나고
없음이 있기에 있음이 드러나나니
너와 나
입으로는 둘일지라도
침묵으로는 하나이며 없음이나니
없음의 있음 가운데
우리는 모두 하나의 있음이나니
2021년 구례문학 / 구례문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