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
신타
나 어릴 땐
모조리 정자라고 했는데
타향 객지에선
모나게 지은 정자라는 뜻으로
모정이라고 부른다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처음엔 낯설더니
한 삼 년 지나고 나니
인제 입에 붙는다
나한테 내 생각이 옳은 것처럼
그에게는 그의 생각이 옳음을
서른 고개 넘고 나서
다시 한 삼십 년 지나고 나니
이제사 겨우 깨닫는다
내게 옳은 것일 뿐
그에게는 그의 옳음이 있다는 사실
모정이 낯설게 들리다가
이제는 입에 붙는 것과 같다
내 고향 부여 떠나
이리저리 떠돌던 몸
춘향골 남원에서
지리산 뱀사골 계곡 돌아
요천*수에 발 담그고 나니
세월이 흘러서인지
때가 되어서인지
'없음'인 내가 곧 '영원한 있음'이라는
'텅 빈 침묵'이 곧 '나'라는 깨달음
*요천 - 남원을 가로질러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물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