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기억에 대한 기억

신타나몽해 2022. 1. 2. 09:32
기억에 대한 기억


인식·이성·사유 등등 인간의 어떠한 정신 작용도 기억에 앞서 존재할 수는 없다. 정신 작용은 물론이며 심지어 신체적 움직임도 기억 위에서만 합리적으로 작용한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병증인 치매 환자의 예를 들어보면, 자신이 행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의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내가 간접 경험한 사례로는, 장롱 위에 돈을 놓아두고는 장롱 안 이불 사이에 넣어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게 바로 기억의 오류다. 그런데 이것이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행해지는데도 치매 환자는 계속 기억의 오류를 겪는 것이다.

환자의 딸인 보호자도 어머니인 치매 환자가 이불 사이에 넣어둔 돈을 누군가가 훔쳐 갔다는 하소연을 듣고는 이불을 다 꺼내어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으나 진실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연히 장롱 위에 놓인 현금 수백만 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또는 지금까지 반복된 경험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에 살던 분이 자신이 입던 팬티를 빨아 베란다에 널어두었던 기억을 상실하고는, 어디에 널어야 할지가 기억나지 않아 아파트 출입문 밖에다가 걸어놓은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빨래를 아파트 실내에 널어서는 마르지 않는다는 기억은 남아있어 아파트 문 앞에 널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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