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세속과 탈속

신타나몽해 2022. 1. 2. 20:58
세속과 탈속


관념이란 결국 이성으로 이해되고 추론된 사실에 대한 추상적, 복합적 기억이다. 이러한 관념과 감각적 이미지 그리고 단순 기억을 합하여, 우리는 이를 지식 또는 앎이라고 이름한다.

또한 관념, 이미지, 단순 기억이 둘 이상 모여서 복합 기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뇌 속에 있는 기억의 대부분은 복합 기억인 셈이다. 관념과 감각적 이미지의 결합이든지 또는 단순 기억과 이미지의 결합이든지 말이다.
 
그런데 보통의 지식 또는 앎을 세속적 지식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세속과 탈속으로 나누는 것은 옷 색깔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내면의 앎이 아니라, 옷이나 집 또는 주변 환경으로 그 사람의 앎을 구별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또한 세속적이라는 표현은 마치 우리가 세속을 벗어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은 더욱 적절치 않다.

중국의 도가 사상이나 불교에서 비롯된 환상 때문에 탈속적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세속이나 탈속이나 사는 건 마찬가지다. 어차피 물질적 삶을 벗어날 수는 없으며, 혼자 살지 않는 한 세속이든 탈속이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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