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세계
현실 세계는 절대계 속의 상대계인 반면, 꿈의 세계는 상대계 속의 절대계이다. 그러므로 꿈꾸면서 우리는, 절대계의 존재 형식과 우리 자신의 실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면 우리는, '신과 나눈 이야기' 를 비롯한 많은 영성 관련 책에 나오는 것처럼, 현실 세계가 실재가 아닌 실상임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깨고 싶지 않은 꿈이든 악몽이든 우리가 꿈을 꾸고 깨어났을 때, 꿈속에 있었던 자기 자신은 물론이며 다른 사람도 건물도 시간도 공간도 모두 사라진다. 유일하게 남는 것이라곤 기억뿐이다. 그리고 꿈속에 내가 없는 경우란 없다. 모든 꿈속에 '나'라는 존재가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처럼 꿈속의 절대계든 현실 속의 상대계든 '나'라는 존재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 無我란, 현실 세계에서 타인과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육체로서의 자신은 실재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나는 이해한다.
실재란 영원한 존재임에 반하여 실상은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사라지는 존재이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알고 있다. 꿈속 세계는 실상이며 현실 세계가 실재라고. 그러나 현실 세계란 영원히 존재하지 않으며 꿈속 세계가 영원히 존재할 뿐이다. 이를 달리 얘기하자면, 육체가 수명을 다해 죽게 되면 우리는 꿈속 세계로 가게 된다. 거기가 바로 영적 세계 또는 영혼의 세계이다. 우리는 영적 세계의 일면을 꿈꿀 때마다 경험하고 있음이다.
현실 세계에서 육체와 함께 살다가 육체와 분리되고 나면, 우리 삶은 현실 세계에서 꿈속 세계로 바뀌는 것뿐이며, 꿈속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이처럼 현실 세계가 오히려 실상이며 꿈속 세계가 실재라는 게 나의 앎이자 주장이다. 더욱이 우주 역사는 인류 역사에 비할 바 없이 장구하며, 시공이 없는 꿈속 세계 즉 영적 세계 역시 우주 역사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영원할 뿐이다.
우주 역사는 대충 짐작이라도 할 수 있지만, 영적 세계에 대하여는 우리가 아는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다만 영적 세계 또는 절대계에 대하여 그 시원은 모른다 할지라도, 꿈을 통하여 그 세계의 일단을 우리가 엿볼 수 있다고 나는 서두에 밝혔다. 현실 세계에서 육체와 함께하는 삶이 끝나면, 우리는 육체에서 벗어나 영적 삶을 이어가게 된다. 시공이 없는 꿈속 세계에 있는 '나'라는 존재는, 신과 함께하는 신의 영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을 유형의 형상으로 상상하는 인간의 관념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상상일 뿐이다. 철학자 니체가 그러한 신은 죽었다고 일찍이 설파했지만, 오늘날에도 인간적인 신을 믿는 종교인은 여전하다. 신이 자신의 부분인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내고 맨발로 가시밭길을 걷게 하는 즉 인간을 벌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리라는 두려움에 여전히 떨고 있다.
그러나 신은 인간들처럼 어리석지도 않고 잔인하지도 않다. 기독교 바이블에 나오는 내용처럼, 100마리 양 중에서 길 잃은 1마리 양을 찾으러 가는 사랑의 존재가 바로 신이다. 우리 인간이 길을 잃었다고 해서 내팽개치거나 나아가 무슨 벌을 주는 게 아니라, 찾아가 보살피는 사랑의 존재가 바로 신이기 때문이다. 임사체험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이러한 영혼의 세계에 대하여, 임사자들의 체험담을 사실로 받아들이든 아니면 사후세계가 악몽일 것이라고 믿든지는 각자의 자유의지에 달린 일이다.
[공주사대부고 19회 졸업생 문집 「가본 길」(2022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