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요람과 무덤 사이

신타나몽해 2022. 3. 15. 19:46

요람과 무덤 사이 / 신타


"요람과 무덤 사이에는
고통이 있었다"*가 아니라
다만 기억이 있었을 뿐이다
고통의 기억일 수는 있겠지만

밀물처럼 다가왔다
썰물처럼 사라지는 고통
남는 것은 고통의 파도가 아니라
파도가 가라앉은 기억의 바다일 뿐이다

만약에 기억이 없다면
그까짓 고통이 무슨 대수랴
주삿바늘 들어갈 때의
따끔함과 다를 게 무엇이랴

살면서 기억나는 게
고통뿐인 사람은 불안한 밤이며
기쁨인 사람이라면
그는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다

지난 뒤에 돌아보면
고통도 사랑이 되며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
기쁨으로 물드는 황혼이 되자

깊게 익어가는 노을빛이 되고
웃음으로 빛나는 저녁이 되며
평안을 담아내는 어둠이 되어
아름다움을 꿈꾸는 밤이 되자


* 독일의 작가이자 시인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 「숙명」 인용

[ 공주사대부고 19회 졸업생,
2022년 문집 '가본 길' 상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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