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찻물을 끓이며

신타나 2022. 8. 16. 21:51

찻물을 끓이며 / 김신타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싶어
찻물을 올려놓는다
평생 아침잠 많던 내가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런 호사를 누린다

도라지. 생강. 마늘이 차로 합체된
조그맣고 하얀 망사주머니
끓인 물을 붓는다
목과 기관지에
좋으리라는 기대를 마신다

따뜻함이 좋다
지금이라는 순간이 좋다
한때는 내가 산다는 게
살아 있음이 고통인 때 있었지만
지금은, 지금이어서 좋다

내가 살아 있음에
아침과 마주할 수 있음에
하고자 하는 일 행할 수 있음에
내가 나를 볼 수 있음에
내가 존재함에


[구례문학 제 29호(2020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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