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낮달

신타나 2022. 2. 20. 09:15

낮달 / 김신타


아쉽고 따뜻한 배웅 받으며 나선
기차역 가는 길에 있는 공원
아침 해는 동녘 하늘 붉은데
정월 대보름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보기 드물게 커다란 낮달이 하얗다

낮달은 그녀 마음이며
아침 해는 내 마음인 듯
뜨거운 아쉬움은
눈가에서 촉촉해지고
체한 것처럼 가슴 먹먹하다

내려놓는다는 건
마음이 아니라 기억이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건
기분이거나 느낌이 아니라
이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순간이며 우리는
기억에 계속 붙잡혀 있을 뿐이다
내려놓지 못하는 기억에
사로잡혀 있음이다

낮달을 본 기억
체한 것 같은 먹먹함
기차를 스치는 바람처럼
모두 내려놓으리라
다시 불어오리니


[ 공주사대부고 19회 졸업생 문집 '가본 길'(2022년)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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