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감각기관과 전자기기

신타나몽해 2022. 4. 1. 04:54
감각기관과 전자기기


인간에게 있어 눈과 귀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각기 전자기기로 비유할 수 있겠다. 눈은 고정된 VR기기 (Virtual Reality ; 가상 현실)이며, 귀 역시 고정된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사물이나 풍경을 동영상으로 보지 못하며, 마치 즉석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는 것처럼 한 장면씩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러다가 점차 성장하면서 사물이나 풍경을 평면이 아닌 입체로 인식하게 되고 또한, 정지된 화면이 아닌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때부터 우리는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예측할 수 있으며 또한, 두 지점 사이의 시간도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 눈은 평면을 찍는 사진기가 아니라, 평면을 보는 순간 입체적 동영상인 가상 현실 즉 VR을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서 우리 눈에 들어오는 상은 빛의 반사에 의한 평면적 상이지만, 평면적 상이 뇌를 거치면서 입체적 동영상 즉 VR로 바뀌게 된다. 입력되는 상은 평면의 연속된 필름이지만, 출력되는 상은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사물과 풍경이기에, 우리는 VR 또는 영화를 보는 셈이다.

한 마디로 사물이나 풍경이 보이는 즉시 우리 눈과 뇌는, 자동적으로 촬영 카메라와 영사기의 복합체가 된다. 그리고 사물이나 풍경 자체는 다름 아닌 스크린이 된다. 정지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볼 때 우리는 파노라마를 보는 것이며, 자동차나 비행기 등에서 움직이면서 바라볼 때는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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