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거울

신타나 2022. 7. 5. 03:45
거울 / 신타


흔히 우리는 거울이
사물을 비춘다거나 또는
사물이 거울에 비친다고 한다
그런데 거울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비춘다는 말보다는
사물이 담긴다고 하는 건 어떨까

저절로 보이는 것일 뿐
거울이 의지를 내는 게 아니므로
비유하여 말할 때 앞으로는
사물이 거울에 담긴다고 하자
거울은 되 비추는 게 아니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일 뿐이다

만들어진 거울이 깨진다 해도
거울의 성질은 사라지지 않고
샘물이 담기거나 똥물이 담겨도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그 안에 우주가 담겨도 거울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시공과 계절이 담기기도 하나
거울은 공 空조차 아닌
무시공 無時空의 평면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되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붓다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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