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윤회 輪廻 / 신타
식탁 위에 놓인 생명
나무에서 떨어졌지만 살아 있다
내가 내 몸을 보고 느끼며 또 생각하듯이
사과 한 알 그도, 제 몸을
스스로 바라보고 느끼며 또 생각한다
사과가 썩는 것은 내 몸이 썩는 것,
파상풍이거나 암에 걸린 것이다
곧바로 죽는 게 아니므로
시름시름 앓다가 병이 씨앗까지 퍼졌을 때
사과 한 알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생명은 여전히 남아
또 다른 사과의 씨앗 속으로 들어간다
씨앗을 여물게 하고
과육을 살찌우게 하며
또다시 나무에서 떨어진다
식탁 위에 놓여 해체되거나
아니면 땅속에서 몸을 푼다
모천을 찾아 알을 낳는 연어처럼
모토 母土에서 새끼를 낳고는
스스로 어린 것의 거름이 된다
몸이 아닌 생명을 이어받은,
어린싹은 어느덧 나무가 되고
암수가 하나 되어 열매 맺는
수없이 열린 분신들 또한
식탁 또는 모토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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