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오늘 / 김신타
눈에 보여야 믿을 수 있었으나
이젠 알 수 없어도 믿을 수 있다
내가 모든 걸 안다면
믿을 필요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미 걸어 본 오늘과
아직 지나지 않은 오늘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일도
또 다른 이름의 오늘이다
앞날이 보이지 않아서 좋다
모든 게 보인다면
세상은 사막과 같을 뿐이다
알 수 없기에 오히려 고맙다
세상 모든 걸 안다면
나는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다
무서웠던 사후세계가 이제는
무조건의 사랑 가득한 곳으로 바뀌었는데
예전엔 알 수 없어 불안했던 미래
이제는 뻔한 미래가 되어버렸다
오랜 세월 부둥켜안아 왔던
마음속 두려움에서 벗어나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들인 것처럼
이제부터라도
어차피 뻔한 미래가 아닌
알 수 없는 믿음의 오늘,
그 사랑을 향해 달려 나가리라
「구례문학 32호(2023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