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 김신타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될 때쯤
나는 비로소 석양처럼 익어가고
시월에 매달린 열매처럼 노을 진다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될 때쯤
나는 비로소 내게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된다
시월 어느 한가로운 아침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나는
내가 전부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저마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기에 무아 無我일 터
나 하나뿐인 세상이므로
나를 위해 남을 돕고자 함이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