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 / 김신타
팔월 마지막 날에도
냇물이 쏟아진다
어제도 비가 내렸지
물은 다시 불어나
징검다리 여전히 잠긴 채
매미 소리 지금도 귓가에 쨍하다
쓸쓸한 허공에 걸쳐둔 시선
나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여름 한때 물결 되어 흘러갈 뿐
누구나 왕자로 태어났지만
기쁘게도 우리는
거지가 되어 살아볼 수 있으며
거지에서 왕자까지
종소리는 넓게 울려 퍼지고
팔월 마지막 날, 이윽고 다가온 길
본래 왕자로 태어난
이제야 우리의 근원
비로소 알게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