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탈장

신타나 2024. 6. 11. 03:29

탈장 / 김신타


샤워할 때마다 사타구니 옆에
툭 불거진 혹 같은 게 살짝 만져진다
서 있을 땐 탁구공처럼 느껴지고
누워있을 땐 아무런 흔적이 없다
외과일까? 비뇨기과일까?

국가암검진 차 들른 항문외과
가져온 대변 통을 내밀며 물어본다
사타구니 옆 혹이 혹시 어느 과인지
여기도 외과이니 일단 진찰받아 보란다

비교적 젊어 보이는 의사
탈장 脫腸으로 보인다고 한다
대도시 병원에서 수술받는 게 치료법이란다

알겠다며 집에 와 검색해 보니
그동안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열 명에 한 명꼴로 걸리는
어쩌면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얇아진 복벽을 창자가 뚫고 나와 생긴다는

주사나 약물이 아닌
외과 수술만이 치료법이라는 게
다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암 덩어리가 아닌 것만 해도 좋은 일
탈속의 심정으로 경과를 살필 밖에
해탈된 마음으로 세월을 낚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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