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일심동체 一心同體

신타나 2024. 10. 9. 02:45

일심동체 一心同體


깨달았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나'라는 게 없어지는 건 아니다. 깨닫고 나면 내 몸이 없어지고 늘 오르내리던 산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몸 마음과 일심동체라고 믿어왔던 허상의 내가 없어지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허상의 내가 없어지더라도 실재하는 무형의 나는 여전히 그대로다. 몸 마음과 일심동체라고 믿어온 허상의 나는 눈에 보이고 오감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즉 실재하는 무형의 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오감으로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에, 허상의 내가 사라지고 나면 몸을 비롯한 모든 물질적 대상 역시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런 착각을 다른 사람도 아닌, 허상의 나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즉 무아를 깨달은 선각자들이 예전부터 해왔으며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나 오감으로 감각되는 물질계에 존재한다고 착각해 왔던 허상의 내가 없어지는 것이지, 오감으로 감각되지 않는 내면에 실재하는 무형의 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아를 깨닫고 나면 몸 마음과 일심동체라고 굳게 믿어온 허상의 내가 없어지는 것일 뿐, 그동안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켜온 내면에 실재하는 무형의 나는,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동안 자신이 주인인 것처럼 군림해 온 '마음'을 주인의 자리에서 하인의 자리로 내쫓아 버린다.

마음 또는 몸과의 일심동체에서 벗어나 신과의 일심동체가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깨달음과 평안함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지금과 같이 마음과 함께하는 몸과 일심동체 상태일 때는, 고 苦와 낙 樂이 번갈아 찾아오는 삶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마음과 함께하는 몸과의 일심동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우리는 몸과 함께하는 지상에서의 삶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스스로 기꺼이 몸과 함께하는 고통을 선택한 것이다. 찾는 기쁨을 느끼기 위하여 보물찾기를 하며, 승리하는 기쁨을 느끼기 위하여 땀을 흘리며 게임이나 시합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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