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는 바다, 노년의 삶
나라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물리적인 몸이 아니다. 나는 내면에 있는 무형의 존재이다. 겉으로 보이는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몸일 뿐이다. 몸이란 내가 아니라,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에 존재하기에, 외부에서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나와 함께하는 몸을 나 자신으로 오인하는 어리석음을 범해 왔다.
그러나 내가 많은 시간을 몸과 함께 보낸다고 해서 몸이 곧 나인 것은 아니다. 내면에 있는 무형의 내가 주인이며 몸과 마음은 하인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게 바로 깨달음이고 거듭남이다. 나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를 일부러 망각한 채 지구상에 태어나, 몸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게임을 우리는 지금 하고 있음이다. 삶에서 느끼는 고통으로 인해서, 때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서성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삶은 우리 스스로 선택한 게임일 뿐이다. 스스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린 채, 몸으로 태어나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게임을 하고 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깨닫기 전에는 몸을 나 자신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우리 스스로 범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어리석음을 불교에서는 무명 無明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표현한다. 그러나 이제는 무명에서 벗어나 나를 찾아가는 길을 걸어가 보자. 개체로서의 몸이 아니라, 전체인 절대와 함께하는 내면의 나를 자각해 보자.
전체인 절대와 함께하기에 아무런 흔들림이 있을 수 없는, 본래의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자. 기억이 되살아남이 바로 깨달음이자 거듭남이다. 더는 자신의 개성을 내세우는 파도가 되지 말고, 절대라는 전체 안에 깊이 잠기는 바다가 되어 보자. 젊어서는 파도가 되어 물질세계에서 방황했을지라도, 이제는 내면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바다가 되도록 하자. 깨달음과 거듭남을 통해 평안한 노년의 삶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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