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시작이 있을 뿐 끝은 없다 2

신타나 2024. 10. 9. 02:42

시작이 있을 뿐 끝은 없다 2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끝이 없을 뿐 시작은 있다. 시작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깨닫게 되면 그 깨달음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 깨닫기 이전에는 없었던 세계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세계가 기존의 세계와 중첩되어 새롭게 시작된다. 기존의 세계와 중첩되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깨달음 중에서도 가장 큰 깨달음인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거듭남과 다르지 않다. 이 물질계에서 오감으로 느껴지는 몸, 그리고 의식으로 느껴지는 마음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우리에게는 깨달음 즉 견성이 시작되고 거듭남이 시작되는 기쁨의 순간이 오게 된다. 물질계에 있는 몸 마음이 자신이 아님을 즉 무아 無我임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이전과는 달리 정신적으로 또는 영적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은 어느 한순간에 일어나서, 곧바로 끝나고 곧바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어느 한순간에 시작되는 것일 뿐, 깨달음의 길이란 끝이 없이 이어진다. 끝이 있다는 건 곧 영원이 아닌 단멸을 의미하며, 삶이 아닌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육적으로는 단멸이지만 영적으로는 영생이다. 우리 안에 있는 영혼이라는 영적인 주체는 기꺼이 몸과 함께하지만, 몸이라는 육적인 대상과는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작이 있을 뿐 끝이 없음은, 우리가 신으로부터 받은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시작이 있음으로 해서 반복적인 권태가 아닌 새로움이 있으며, 끝이 없음으로 해서 우리 삶이 단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원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유형인 몸의 죽음일 뿐, 무형인 우리에게는 영원한 삶이 있다. 삶에 있어서 끝이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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