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와 깨달음
무아라는 건 어떤 한계가 주어진 내가 없다는 뜻이다. 또는 어떤 범주 안에 들어있는 나란 없다는 뜻이다. 자신을 둘러싼 한계를 없애거나 또는, 스스로 자신을 집어넣었던 어떤 범주에서 벗어났을 때 우리에게는 깨달음을 얻었다, 대자유함을 얻었다는 느낌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이제는 자신을 둘러싼 아무런 울타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한계나 범주라는 울타리가 자신을 보호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노력으로 그러한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아라는 건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둘러쳐진 울타리 즉 한계나 범주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 갇혀 있었던 한계나 범주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니까, 제한되었던 '허상의 나'가 사라지는 것이지 제한되지 않은 '근원적인 나'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허상의 '작은 나(소아)'가 사라지는 것이지, 오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실재하는 '큰 나(대아)'는 여전히 그대로다. 그리고 여기서 '큰 나'란 '작은 나'라는 울타리 즉 관념의 틀에서 벗어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작은 나'보다 크기가 큰 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깨닫고 나면 허상이지만 깨닫기 전에는 실재한다고 믿어왔던 '나'라는 게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다. 다만 깨닫기 전까지 실재라고 믿어왔던 '나'라는 게 실은 실재가 아니라 허상이므로, 사라진다고 해도 허상이 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아 즉 한계나 범주에서 벗어난 나는, 어떠한 한계나 범주에 갇힘이 없이 지상과 천상을 자유로이 그리고 영원히 살아갈 뿐이다. 실재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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