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을 뿐 끝은 없다
견성이란 시작일 뿐이다. 자신의 성품을 보았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시발점에 선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견성성불이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견성하면 그것이 곧 부처(붓다)가 되는 것이라는 뜻인 견성성불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바대로는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견성하게 되면 우리는 대부분 지금의 나와는 다른, 부처라는 어떤 다른 존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부처는 어떤 신비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성품을 보기 이전의 자신 즉, 중생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품을 본 사람이 바로 부처일 뿐이다. 그래서 견성성불이며 중생이 곧 부처라는 말을 불교에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견성이란 무엇일까?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자신의 성품을 본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교사나 학자의 설명이지, 자신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사람의 설명이 아니다. 견성이란 자아 自我가 몸과 마음이라는 한계를 벗어난 존재임을 깨달아 아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아 즉 나를, 눈에 보이는 몸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인 것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나라는 것은, 몸 마음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것일 뿐 내가 곧 몸 마음인 것은 아니다. 달리 표현한다면 나는, 몸 마음이라는 작은 개체를 벗어난 큰 존재 즉 전체이다. 나는 몸 마음의 안에서 그들과 함께 존재하기도 하지만, 몸 마음과 관계없이 몸 마음의 밖에서 또한 존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몸 마음이라는 작은 개체의식 상태에서 벗어나 전체의식 상태로 들어서는 것이 바로 견성이다.
서두에서 견성이란 시작일 뿐이라고 했는데 "그럼 끝은 어디란 말인가?"하는 의문이 쉽사리 일어날 것이다. 끝은 없다. 시작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 시작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시작은 바로 개체의식에서 벗어나 전체의식으로 들어선 때 즉 견성이 바로 시작이다. 견성 이후부터 중생에서 벗어나 부처가 되는 것이고, 생멸에서 벗어나 영생으로 가는 것이며, 개체에서 벗어나 전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견성 즉 깨달음은 끝이 아니다. 시작일 뿐이며 끝이란 없다. 부처의 끝이 없고 영생의 끝이 없으며, 전체의 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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