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전화위복 轉禍爲福

신타나 2024. 10. 12. 13:19

전화위복 轉禍爲福 / 김신타


시간 맞춰 헐레벌떡 탄
시군 경계를 넘는 시내버스
감사하면서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본다
약속했던 사람으로부터
장염 때문에 내일 보자는 내용이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까 말까 하다가
일단 그냥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손님은 몇 명 없었지만
그래도 버스 안이라 통화하기 미안해
참고 기다리다가 목적지에 내려
전화했더니 받지를 않는다
장염이면 전화도 받지 못하는 건지

그제서야 버스를 놓쳤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는 버스가 이미 지나갔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출발지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와
조금 전까지의 일을 돌이켜보니
그래서 새옹지마인가 보다
닥친 일에 무조건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다져보는 하루이다

그것이 늦잠 때문에
카톡을 일찍 보지 못하는 것이든
타려던 버스를 놓치는 것이든
약속 취소 때문에
오전 일정이 시작부터 빗나가는 것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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