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등 불

신타나몽해 2005. 6. 6. 17:03


    등 불 살아간다 함은 잊고 지내는 것입니까? 즐거움에 웃고 슬픔에 눈물지으며 많은 시간엔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향해 뱉는 침에 분노하고 두 손에 더 많은 지폐를 쥐기 위해 다투는, 필요에 의해 사랑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까? 살아간다 함은 깨어있는 것입니까? 즐거움에 고개 돌리고 슬픔에 눈 감으며 많은 시간엔 고뇌에 찬 표정으로 머리에 쏟아지는 번민에 방황하고 두 팔에 더 큰 은총을 얻기 위해 애쓰는, 필요에 의해 믿기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까? 살아간다 함은 힘껏 행하는 것입니까? 즐거움에 어제를 돌아보고 슬픔에 내일을 생각하며 많은 시간엔 기쁜 표정으로 마음에 넘치는 사랑을 이웃에 전하고 두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지기 위해 힘쓰는, 필요에 의해 싸움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까? 굶주리는 이에게 남는 만큼 나눠주고 뒤떨어진 이를 앞선 만큼 이끌어주며 메마른 이에게 받은 만큼 정을 베풀 때, 삶에는 등불이 켜질까요? 살아간다 함은 무엇입니까? 일천구백 팔십삼년 구월. 자란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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