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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

쉰 살 / 김신타'쉰'이라는 제목의 시를 보면서내 나이 쉰 살을 생각해 본다마흔여덟 살 때쯤나이를 묻길래 대답했더니낼모레 쉰이네, 하는 말에내가 벌써 쉰이라구?뒤통수를 얻어맞은 듯머리 희끗한 초로의 신사 떠오르고나도 모르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이제는 언제 쉰 살이었는지지금 내 나이가 몇 살인지얼른 생각나지 않아몇 년생이라고 말하는 게 쉽다오팔 년 개띠라고 하면아는 사람은 다 알아듣는다당시 대통령 아들 하나 때문에중학교 무시험제 시작되고3년 뒤 고등학교 추첨 입학제또 시작된 첫 대상이기 때문이다여자 나이 서른이면 받는다는 충격남자인 나는 쉰에 느꼈으니정신 연령이 20년쯤 늦는 걸까?그런데 왜 죽는 건 더 빠르지?이제는 모두 지나갔다아니다, 언제나 오늘이다세상사 무상 無常하지만무상이 오늘 일어나는 일이기에..

신작 詩 2025.02.20

정월(正月)

정월(正月) / 김신타일월도, 1월도 아닌단정한 모습의 정월정한수 떠 놓고 비는어머니를 닮은 이름멀리 기러기 떼 날아가고겨울나무 줄지어 선 풍경십이월과 이월 사이에서한 해가 새로이 시작되는 하루 전은 섣달그믐이고초하루가 바로 설날이며보름날이 곧 대보름이다 눈으로 덮인 논밭과 마을색동옷 차려입은 사람들어쩌다 까치밥으로 남긴감나무에 매달린 붉은 감정으로 가득한 월출산정 가운데 있는 월악산자리 바꾼 이름 월정사정월이 낳은 자식일까?

신작 詩 2025.02.20

남과 여

남과 여 / 김신타사내겉에서는 땀과 정욕이 흐르는 수컷일 뿐특별하지도 특별할 것도 없는여인속에서는 피와 눈물이 흐르는 암컷일 뿐특별하지도 특별할 것도 없는수탉겉으로는 꼬리가 길고 벼슬이 붉을 뿐특별하지도 특별한 것도 없는암탉속으로는 남모르는 사이 알을 품을 뿐특별하지도 특별한 것도 없는수술남들 눈에 보이는 성기를 가졌을 뿐특별할 것도 특별하지도 않은암술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깊은 곳일 뿐특별할 것도 특별하지도 않은

신작 詩 2025.02.20

사는 이유

사는 이유 / 김신타먹고 마시는 이유가열정적으로 살기 위함이지살을 찌우기 위함이 아닌 것처럼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이유가혼자서만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나누고 베풀기 위함이 아니겠는가무상 無常이 뜻하는 바는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이며변하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게사는 이유일 수도 있을 터말과 행동이 나와 다른 사람도때때로 변하는 무상일 뿐이며내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스쳐 가는 바람일 뿐이므로혼자 애써 고민할 게 아니라생각을 바꿔 다른 일 하다 보면그 모든 일을 덮어버리는쓰나미 같은 기운 생겨나고기적 같은 일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파도를 피하는 게 아닌파도를 타고 넘는 것이다평소에 나누고 베풀다 보면어느 날 문득 파도를 타고 넘는보드 위에 선 자신을 보게 되리라

신작 詩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