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의 목소리 / 김신타 ㅅ으로 시작하는 사전에는 사랑과 시 그리고 생각 술과 삶이 사탕처럼 수북하다 시작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살다 보니 언젠가 내 삶에도 사랑의 감정과 시가 나타났고 생각하는 게 늘 좋았으며 술을 즐기게 되었고 삶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생활도 낙엽처럼 흔들릴 때가 있었으며 어쩌다 술을 마시면 이내 잠들었다 십수 년 후 혼자 읽으며 눈물 흘렸던 친구가 보여준 신문에 난 시조차 그냥 무덤덤한 글로 보였다 사람과 동물 식물과 사물에 대한 감정도 그저 피할 수 없는 대상이었을 뿐 땡볕에도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만남과 이별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시가 움텄고 어느 해 문득 봄이 느껴졌으며 먼발치서 아카시아 향기가 날아왔다 술을 마시면 시가 활활 타올랐고 삶조차도 ..